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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카니스탄 최고 취약계층 쿠치족 여성들, 강간·교육거부 등 차별 ‘극심’

아프카니스탄 최고 취약계층 쿠치족 여성들, 강간·교육거부 등 차별 ‘극심’

기사승인 2019. 04. 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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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키피디아 커먼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탈레반 정권의 종식 이후 권리를 회복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늘 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집단인 소수민족 쿠치족의 여성들. 쿠치족 여성들은 기본적인 교육권마저 박탈당한 채 강간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식수를 얻기 위한 물물교환의 대상이 되는 등 최악의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미국 디플로맷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소수민족 쿠치족은 원래 양·염소 떼를 몰고 다니며 유랑생활을 하던 민족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정착민들과의 분쟁이 이어지고 가뭄으로 인해 기존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면서 최근 정착 생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착 과정에서 토지 소유권과 식수 접근을 두고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 현재는 난민 캠프·임시 숙소 등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통계청이 작성한 ‘전국 취약계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쿠치족 커뮤니티는 제도적·정치적·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다른 아프간인들에 비해 보건·교육·생계수단 등에 있어 상당한 제한을 겪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사회적 차별을 마주하고 있는 건 쿠치족의 여성들. 쿠치족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걸쳐 사는 파슈툰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파슈툰족은 엄격한 성별 규칙(gender rule)을 강조하는 민족이다. 이 때문에 쿠치족 여성들은 아프가니스탄 내 다른 가난한 여성들과 비교해서도 훨씬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쿠치족 여성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아직 미성년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8세 소녀 리다의 아버지 하미드씨는 리다의 교육에 대해 머리를 내저으며 “리다는 물을 기르러 다니고, 어머니가 요리하는 걸 도와야 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초등학교 입학 등록에서도 성별 간 격차가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쿠치족 주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학생들의 교육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와중에도 쿠치족 여학생들은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 강요·불안정한 치안·아동결혼 등의 이유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 소유를 둘러싼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매개체로 쿠치족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30~40살까지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내몰리고 있다면서 결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물물교환하듯 팔려간다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의 부족한 상수도 인프라는 쿠치족 여성들이 더 잦은 강간의 위협을 마주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 ‘아프간난민지원덴마크위원회’(DACAAR)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아프간 국민의 45.5%만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고 있으며, 인구의 상당수가 4~7시간을 이동해 물을 기르러 다닌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쿠치족 가정은 여성들이 물을 구해와야 하는 것이 규칙인데, 이에 여성들이 물을 길러가다 외부 집단의 남성들에게 강간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성의 강간 피해는 ‘가문의 수치’로 취급돼 피해 여성들은 대개 신고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01년 미군의 내전 개입 이후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면서 여성들이 다시금 권리를 찾고 있다. 2003년 제정된 아프가니스탄의 새 헌법은 여성의 권리를 보장했으며, 2009년에는 여성폭력근절법(EVAW)이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쿠치족 여성들은 여전히 많은 사회적 박탈과 성적 차별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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