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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대통령까지 나섰건만…국책銀마저 중소조선사 지원 ‘나몰라라’

[취재뒷담화]대통령까지 나섰건만…국책銀마저 중소조선사 지원 ‘나몰라라’

기사승인 2019. 0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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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_주성식1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중소 조선사에도 초기 제작금융이나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해달라”며 남긴 당부의 말입니다.

지난 한 해 완연한 수주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일감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 조선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당부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중소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다시 한번 당부했습니다. “(정부대책 이후에도) ‘여전히’ 수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강구해달라”고 말입니다.

사실 중소 조선사에 대한 지원대책은 이미 2017년 하반기에 마련돼 시행 중에 있습니다. 조선업황 악화로 은행들이 선박 수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RG 발급조건을 까다롭게 해 중소 조선사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정부가 그해 8월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2020년까지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중소조선사 대상 RG 발급 원활화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에게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지불하는 지급보증을 말합니다. 배를 주문한 선주 입장에서는 선수금을 보존받을 일종의 보험인 셈입니다.

신보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중소 조선사 대상 RG 발급 집행금액은 283억원으로 전체 목표의 30%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당초 약속했던 지원기간이 햇수로는 2년, 월 기준으로는 절반 가까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대통령의 거듭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책금융 지원에 나서야 할 은행들이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중소 조선업계에서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까지 RG 발급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 중소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소 야드 건조능력이 충분한데도 (신조)원가가 높아 영업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수익성을 다시 (서류)검토받게 하는 등 은행들의 갑질은 여전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사실 중소 조선사에 대한 은행의 까칠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소 조선사인 삼강엠앤티가 3년 전 선박을 수주하고도 기업은행으로부터 RG 발급을 퇴짜맞고 이어 찾은 신한은행, 부산은행에서도 거부당한 사연은 이미 업계에선 잘 알려진 일입니다. 참고로 RG 발급 원활화 방안에는 기업은행을 중심으로 중소 조선사 대상 RG 발급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조선산업 활력 제고방안이 마련되기 한 달 전인 10월,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을 불러 “중소·중견기업의 금융애로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기업은행이 김 부총리의 이 같은 당부에 어떤 답변을 했는지 새삼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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