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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난관 부딪힌 이집트 거주 난민들, 생존 위해 ‘고투’

경제 난관 부딪힌 이집트 거주 난민들, 생존 위해 ‘고투’

기사승인 2019. 04. 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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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9월 이집트의 억만장자 나귑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은 시리아·이라크 등 중동국가에서 국외로 피신한 난민들의 독립적 거주지를 마련하기 위해 지중해의 섬을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섬을 팔면 그곳을 난민들이 주인이 되는 독립지대로 만들고, 그들만의 국가를 건설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 물론 이는 꿈 같은 얘기. 이집트 자체가 만성 경제난으로 난민들의 목을 조르고 있기 때문.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개혁 프로그램에 맞춰 긴축 재정을 펴고 있는 이집트의 정책으로 난민들의 생활고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거주 난민들은 경제 부담이 커지며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10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조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빚에 시달리는 이집트 거주 난민의 비율은 77%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의 73%에서 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들 중 93%는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역시 지난 2016년의 81%에서 12%P나 증가한 수치.

시리아 출신 난민 알하마드 알 카팁은 그와 16세 아들이 모두 삼륜차인 ‘툭툭’의 운전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자신의 가족이 빚에 허덕이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자선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방법으로 집세를 지불했다면서 “이들에게 빌린 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집트는 요르단·레바논·터키에 비해 난민 인구가 훨씬 적은 편. 그러나 이집트로 망명한 난민들의 경우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이집트 공동체에 흡수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언어나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크지 않은데다 보건시설 이용은 물론 난민 자녀도 현지 국공립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로 인해 이집트 거주 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이집트는 지난 2011년 시민혁명 이후 테러와 사회 혼란에 따른 관광산업 악화 등으로 외화 부족에 시달렸다. 이집트는 2016년 IMF로부터 3년 간 1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IMF의 경제 개혁 프로그램에 따라 긴축 재정에 나서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보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 진 것. 로렌드 드 보엑 국제이주기구(IOM) 이집트 책임자는 “경제 개혁 프로그램의 결과로 기본 재화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이집트의 인플레이션은 2017년 30%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리아 출신 난민 할라 백다시는 2012년 이집트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생활이 괜찮았지만 최근 2년 간 물가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집트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최근 만료된 여권을 갱신할 돈이 없어 벌금을 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경제 개혁에 대한 IMF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 2017/18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은 5.3%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낮췄다는 것인데, 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양상. 그럼에도 난민들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길 꺼리고 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돌아가도 자신들이 살았던 집과 상가는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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