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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사들이는 은행장들…신한지주 주가 연초比 16% ‘껑충’

자사주 사들이는 은행장들…신한지주 주가 연초比 16% ‘껑충’

기사승인 2019. 0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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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 으레 등장하는 표현이 ‘책임경영’이다.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CEO가 직접 주식 매입을 통해 드러낸다는 의미에서다. 해당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유통되는 상장사라면 자사주 매입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경영에 대한 확신을 주는 시그널로 작용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지난해 사상 최대 호실적을 거뒀던 은행권은 올 들어 작년만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증시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사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이상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줄어든 이익 규모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KRX은행지수는 연초 대비 3.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비 8.7%p 부진한 수치다. 경기둔화 시그널이 지속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은 금리동결은 물론 인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국내 시중은행장들의 자사주(지주사 주식)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실적 상승을 끌어낼 마땅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꺼낸 주가부양 카드라는 해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11일 지주사인 KB금융 주식 2438주를 매입했다. 허 행장은 앞서 3월 12일에도 3062주를 사들였다. 올 들어 55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허 행장의 보유주식은 7500주로 늘었다. 은행장의 자사주 매입은 허 행장뿐만이 아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2월 15일과 3월 27일 두 차례 걸쳐 각각 5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을 포함해 4만8127주다. 4대 시중은행장 가장 많다.

3월 21일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취임 다음날인 3월 22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매입했다. 지 행장은 부행장 시절에는 자사주가 없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지주 부사장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주식 1만3937주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

은행장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신한과 하나는 ‘맑음’, 우리와 KB는 ‘흐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초 3만9400원(종가 기준)으로 출발한 신한지주 주가는 15일 현재 4만5650원으로 16% 가까이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도 3만6150원에서 3만9050원으로 8% 상승했다.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주가 상승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인 이후인 1월 16일 들어,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이전까지 금융업종 내 시총 1위였던 KB금융을 앞지르며 대장주로 등극했다. 진 행장 취임 당일인 3월 26일 4만2750원이었던 주가와 비교하면 15일 현재 6.8% 올랐다.

하나금융은 1분기 순이익이 52000억원대로 예상돼 컨센서스를 10% 이상 화회할 전망이다. 하지만 희망퇴직비용 1100억원 등 일회성비용을 감안하면 펀더멘털 자체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지 행장 취임일인 3월 21일 3만7000원이었던 주가도 15일 기준 5.5% 올라 시장의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체제 출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시원치않다. 지주사 전환 후 재상장일인 2월 13일 1만5300원이어던 주가는 15일 1만4300원로 6.5% 떨어졌다. 회계처리방식 변경으로 인한 지배주주순익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향후 속도감 있는 인수합병(M&A)이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다.

KB금융 주가는 보합세로 요약된다. 비은행권 수익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분기 들어 KB손보와 국민카드 등의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부양은 허 행장에게도 큰 숙제다. 행장 취임일인 2017년 11월 21일 5만5800원이었던 KB금융 주가는 15일 현재 4만5700원으로 18% 넘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올 들어 허 행장이 두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자극을 줄 대형 호재 자체가 적은 은행업종의 가치 재평가를 위해서는 실적에 따른 널뛰기 배당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은 순이익 규모에 따라 해마다 크게 달라지곤 한다. 지난해 20% 중반대에 그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성향은 영미권은 물론 홍콩·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은행들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JP모건 등 미국 은행들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는 신념으로 이익이 줄어도 배당을 줄이지는 않는다”며 “목표를 초과 달성한 부분은 전액 자사주 매입에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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