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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돌팔매 사형’ 비난, 나비효과?

브루나이 ‘돌팔매 사형’ 비난, 나비효과?

기사승인 2019. 04.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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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가 간통을 저지른 사람이나 동성애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는 ‘돌팔매 사형’을 도입하면서 서방 각국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브루나이 왕가 소유의 호텔 불매운동 등 ‘브루나이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서방 각국의 행보가 결과적으로 서방과 중국 사이에서 헷지(hedge·위험 회피 또는 분산) 외교를 펼치던 브루나이를 중국 쪽으로 밀착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루나이 돌팔매 사형을 둘러싼 논란이 자칫 남중국해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브루나이는 서방 각국의 비난에도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시행에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은 유엔(UN)에 서한을 보내 “샤리아 시행의 목적은 처벌보다 교육과 억제·재활·양육에 있다”며 “불륜과 남색 행위를 금지한 것은 가통의 존엄성과 무슬림 개인, 특히 여성의 결혼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샤리아 시행의 속내에는 이슬람 교리 강화가 깔려있다. 하사날 볼키야 브루나이 술탄은 지난 3일 샤리아 시행과 관련, “나는 이 나라에서 이슬람의 교리가 더 강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브루나이는 지난 2014년 샤리아를 도입했다.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처벌이 가능한 단계는 2014년 시행됐지만 사지절단 및 투석형이 적용되는 2단계 시행은 인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지금껏 연기돼 왔다.

서방 각국의 브루나이 비난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루나이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강화, 남중국해의 역학관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의 무스타파 이주딘 연구원은 “보이콧을 비롯한 서방 각국의 비난이 커질수록 브루나이는 아시아, 특히 브루나이 국내 문제에 교묘하게 대응해 온 중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나이는 현재 중국을 포함해 대만·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 6개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은 브루나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남중국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자 브루나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중국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과거 다른 영유권 분쟁국에도 비슷한 제의를 한 바 있어 중국이 브루나이에 공동개발 계약을 제의하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브루나이는 석유 고갈 등에 대비해 탈(脫)석유 등 경제 다변화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브루나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 2035년까지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브루나이에 40억 달러(약 4조5332억원)의 자금을 제공했으며, 향후 석유 및 가스 관련 인프라 개발을 위해 120억 달러(약 13조5996억원)의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 대표를 맡고 있는 그레고리 폴링 연구원은 “양국이 브루나이의 EEZ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과거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 효과를 약화시킨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국이 EEZ 공동개발에 나서게 되면 다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나비효과의 사례를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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