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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키코모리가 낳은 ‘8050 문제’ 심화…지자체 대책 모색

일본, 히키코모리가 낳은 ‘8050 문제’ 심화…지자체 대책 모색

기사승인 2019. 04.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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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 자택에서 76세 여성이 사망했을 때 그의 장남(49)은 집안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부엌에서 쓰러진 어머니를 안방 이불 위로 옮겼지만 사후 조치는 취할 수 없었다. 가족 이 외의 사람과 소통이 무서워 신고하지 못한 것. 결국 그는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됐다. 중년(中年) 히키코모리 문제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집안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소통을 끊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라고 부르며 오랜 사회문제로 다뤄왔다. 1970년대에 나타나 20~30년이 지난 현재 이들이 늙으며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80세의 노부모가 50대 자식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의미의 ‘8050 문제’. 경제적 자립이 힘든 히키코모리가 중년이 되면서 연금으로 생활하는 70~80세 노부모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등 가족 단위의 문제로 비화하는 것이다. 특히 고령의 노인이 된 부모들은 체면상 주변에 이런 고민을 말할 수 없어 가족 전체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전했다.

일본은 당초 히키코모리를 청년 세대의 문제로 봤다. 이에 내각부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조사를 15~39세에 한정해 왔다. 내각부가 201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5~39세의 히키코모리는 54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중년이 된 히키코모리에 대한 조사는 없었던 셈. 히키코모리의 고령화·장기화에 따라 내각부는 지난달 처음으로 중년 히키코모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40~64세 히키코모리는 61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3년이 지나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청년 세대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네모토 다쿠미(根本匠) 후생노동상은 “새로운 사회문제다.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1990년대 후반 일본 버블 붕괴로 구직난을 겪었던 ‘취직 빙하기 세대’가 나이를 먹은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의 노인 사망이나 환자·노약자를 돌보는 개호 지원을 계기로 함께 발견되는 중년 히키코모리의 사례도 늘고 있다. 아이치교육대 가와키타 미노루(川北稔) 교수가 지난해 노인 개호를 담당하는 일본 전역의 지원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직의 자식과 동거하는 고령자에 대한 지원 경험이 있다’고 답한 지원센터는 83.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복지 현장에서는 8050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령의 노인은 물론 중년 히키코모리에 의한 경제적 위기 등이 합쳐진 복합적 문제라는 것.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삿포로의 한 아파트에서 82세의 어머니와 히키코모리인 52세의 딸이 죽은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사인은 영양실조에 따른 쇠약. 히키코모리인 딸을 떠안은 82세 여성은 지역과의 관계도 끊은 고립된 상태로 복지 지원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고립된 가정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부랴부랴 중년 히키코모리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교토부는 2017년부터 전(全)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탈(脫) 히키코모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장래 설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부모가 사망한 이후의 생활자금 마련 등 개별 상담을 히키코모리 본인과 고령의 부모를 상대로 실시하고 있는 것. 도쿄도는 기존에 규정하고 있던 히키코모리의 나이 제한(15~35세)을 올해부터 없앴다. 또한 담당부서를 청소년 부서에서 복지 부서로 옮겼다. 관계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연령대의 히키코모리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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