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1년 가까이 시끄러운 베트남 수능 부정행위

1년 가까이 시끄러운 베트남 수능 부정행위

기사승인 2019. 04. 17. 17:4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수능에 해당하는 고교 졸업시험 점수 조작에 고위관료 대거 연루
"과도한 교육열, 지역간 교육격차가 빚어낸 참사" 비판도
basic_2018
베트남은 유교문화, 그 중에서도 과거제도의 영향으로 교육열이 상당히 높다.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과 신분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가정 지출의 절반 가까이가 자녀교육에 들어간다. 이 같은 배경 탓으로 베트남이 1년 가까이 대입시험 성적조작과 부정행위로 진통을 앓고 있다. 3개 성(省)에서 대규모 성적조작과 부정행위가 이루어진데다 고위 관료들이 연관돼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6월 말 치러진 고등학교 졸업시험. 베트남은 고교 졸업시험에 따라 졸업 여부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희망대학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대입시험이다. 100만명 가까운 고등학생이 응시한 지난해 시험에서 일부 성(省) 학생들의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며 의혹이 불거졌다. 30점 만점에 27점 이상을 얻은 최상위권 학생의 절반 가량이 학력 수준이 최하위권에 머물던 북부 하장성에서 나오는가 하면 평균 학력수준이 낮았던 선라·랑선·호아빈성 역시 성적조작 의혹이 불거져 베트남 교육부가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결과 의혹이 있던 하장·선라·호아빈성에서 실제 성적조작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의 고위 관료들까지 연관돼 자녀들의 성적이 올라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장성에서는 교육청 간부가 114명의 시험지 330장의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선라성의 경우 44명의 시험지 97장의 성적이 조작된 것으로 조사됐다.호아빈성에서도 64명의 시험지가 조작됐다.

사건이 더욱 커진 것은 점수가 조작된 학생들의 부모가 상당수 지방 정부의 고위 관료를 포함한 공무원들이었다는 것. 찌에우 따이 빈 하장성 당서기의 딸은 24점에서 26점으로 점수가 조작된 사실이 적발됐다. 선라성의 경우 현(懸)과 시(市)의 부주석 자녀들로 알려졌다. 꾸인 냐이 현 인민위원회 부주석 딸의 경우 9.8점을 받은 수학·외국어 점수가 조작 전에는 각각 5.8점과 2.8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위 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뿐 교육·경찰계 관료들의 자녀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더욱 큰 상태. 성적조작에 가담한 일당은 대가로 5억5000만동(약 2695만원)을 받았다고 자백해 “돈을 주고 점수를 샀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교육훈련부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가정의 70~80%는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이는 가정 지출 47%에 달한다. 그 만큼 이번 고교 졸업시험 성적조작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수사가 더디고 아직까지 확실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 사건 발생 1년이 다 돼가도록 고교 졸업자격 박탈 등의 구체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성적조작으로 혜택을 본 학생들 일부는 베트남 상위대학으로 꼽히는 공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조작에 연류된 고위 공직자들도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발뺌만 하고 있다. 한 시민은 “자식 만큼은 성공하길 바래 열심히 공부를 시키는데 그럼 뭐 하나, 고위 공무원들이 권력과 돈으로 점수를 사고 처벌도 안 받는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적조작이 발생한 주요 지역들이 환경이 열악한 북부 산간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베트남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지역은 사교육 효과가 여실히 드러나는 외국어 과목에서의 평균 점수가 전국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위 관료인 부모가 자녀의 점수를 조작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하노이나 호찌민 같은 대도시였다면 진작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하고 학원을 보내는 등 저렇게 성적조작을 하지 않았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도시로 편중된 교육환경이 빚어낸 참사라는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