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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명물 비원 문 내린 이미영 사장 이제는 추억

베이징 명물 비원 문 내린 이미영 사장 이제는 추억

기사승인 2019. 04. 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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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손녀 3대가 할 제주 생활에 대한 기대가 더 커
“가정주부만 하다 지난 세기 말 40대 초반에 베이징 중심가에서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았죠. 20년 동안 했으니 내려놓는 아쉬움이 왜 없겠나요? 그러나 접어야 할 때는 과감해야 해요. 뒤를 돌아보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어요. 앞으로 다가올 좋은 날들만 보고 가겠어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명물 한식당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차오양(朝陽)구 마이쯔뎬(麥子店)에 소재한 비원(秘苑)이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바로 지척이어서 공관원들과 상사원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이 비원이 최근 20년 영업을 끝내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공관원들과 상사원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짜 아쉬움이 큰 사람은 아무래도 20년에 걸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식당을 경영해온 안주인 이미영(62) 사장이 아닐까. 마치 자식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일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장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미영
가족 3대가 제주에 잘 정착하는 것으로 30년 동안 해온 중국 생활을 접는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이미영 전 베이징 비원 사장./베이징=홍순도 특파원.
이 사장은 하지만 바로 자신과 며느리, 손녀 여인 3대가 새롭게 시작할 제주 생활에 대한 기대에 들뜬 듯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지금 가지 않으면 한국에 못 갈 것 같더라고요. 이제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가 됐으니 귀국의 적기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제주가 공기를 비롯한 환경은 훨씬 좋겠죠. 기대가 커요”라면서 3대가 다 귀국하게 된 것을 무척이나 기쁘게도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현재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교민 사회는 상당히 어수선하다. 경제가 좋지 않은데다 임대료와 노동자들의 임금 폭등이 폭탄이 돼 자영업자들이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비원은 프리미엄 식당답게 별로 큰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았다. 지속 경영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로 간판을 내렸다. 그러면서 결코 임대료나 종업원들의 임금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느냐고 우문을 던지자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사물이 극성기에 달하면 다시 쇠퇴한다는 의미)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 내려갈 일만 있잖아요.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짐)라는 말도 있고. 이 진리를 안다면 구차해서는 안 되죠. 상황이 좋을 때 문을 닫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죠”라는 현답이 들려왔다. 이 사장은 제주에 정착하게 되면 남편과 아들 가족, 15년 동안 키운 반려견, 반려묘 각 한마리씩과 당분간 망중한을 즐길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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