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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대중의 장남, 김홍일 ‘고난의 그림자’

[칼럼] 김대중의 장남, 김홍일 ‘고난의 그림자’

기사승인 2019. 04. 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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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원 아시아투데이 주필
아버지 김대중과 함께 모진 고문 받아 파키슨병 앓아
개인적인 삶은 가시밭길...평생 김대중의 정치적 동지
아픈 몸이지만 아버지 그늘 벗어나 큰 입법활동 남겨
장두원 주필
장두원 주필

고(故) 김홍일 전 국회의원은 김대중 전임 대통령과 그의 본부인 차용애 여사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30대에 아버지 김대중씨와 함께 간첩 혐의를 받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아 사경을 헤매었다. 고문을 참기 어려워 자살을 시도하며 취조실 시멘트 바닥에 스스로 거꾸로 쳐박아 머리와 목뼈가 심하게 다쳐 나머지 40여 년의 인생을 목을 쓰지 못했다. 결국 파키슨병을 앓아오다가 지난 20일 생을 마감했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씨가 정치를 하는 동안 항상 그의 곁을 지키며 보좌했다. 그의 고언은 누구의 의견보다 양심적이라 잘 받아들여져 정치적 동지로서 역할도 해냈다. 김 전 의원의 아내 윤혜라씨는 부산출신으로 남편이 불편한 몸에 아무런 직업이 없는 것을 한탄하며 그의 병간호만을 하며 살아왔다. 김 전 의원은 40대 중반까지 아버지를 돕는 일 외에 무위도식한거나 다름없었다.

세자매의 어머니인 아내 윤혜라씨는 어느날 시아버지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를 찾아가 말했다. “아버님, 학교에서 우리애들에게 아버지 직업이 무엇이냐고 하는데 무어라 대답할까요, 대답 좀 해 주세요” 하며 눈물을 흘렸다. 듣고 있던 김 총재 역시 며느리 앞에서 함께 울었다. 이후 김 총재는 당직자이며 최측근인 한화갑 의원에게 사람을 보내 아들인 김 전 의원의 정치입문을 부탁했지만 완강히 거부당했다. 김 총재는 다시 김원기 당시 원내총무에게 측근을 통해 타진했다. 하지만 김 원내총무도 우리나라가 북한의 김일성국가도 아닌데 세습이 말이 되느냐며 역시 거절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당의 외곽청년단체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회장을 맡고 있었다. 연청회원들은 한화갑·김원기씨에 대한 테러계획을 세웠다. 김 전 의원은 이 소식을 듣고 즉각 이들을 불러 만류했다. 결국 김 총재는 직권으로 아들을 목포에서 출마토록 했다. 목포는 김 총재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이미 권노갑 의원이 출마해서 당선된 지역이었다.

김대중 휘호 1
김대중 전 대통령 휘호
그래서 김 총재는 김 전 의원의 목포 출마를 정해 놓고 권 의원에게 인근 무안 지역으로 옮기라고 요청했다. 권 의원은 목포를 김 전 의원에게 빼앗긴 것에 대해 심하게 저항했다. 결국 무안에서 출마하지 않고 전국구로 국회에 들어갔다. 김 전 의원은 목포 지역구를 권 의원으로부터 빼았았다는 좋지 않은 여론도 있고, 인근 무안에서 권 의원이 야당바람을 일으키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계속 권 의원에게 무안 출마를 권유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김 전 의원은 목포에서 무난히 당선돼 15대 국회에 들어와서 16대까지 지역구의원을 마치고 건강이 여의치 않아 17대는 전국구 의원으로 활동을 하다가 독직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은 병든 몸으로 10여년 간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아버지인 김 총재의 그늘을 벗어나 기록이 될 만한 많은 입법 활동을 했다.

김 총재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영국 유학을 떠난 뒤 다시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한화갑·김원기 의원이 김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막으려다가 서로 헤어지는 등 많은 곡절을 남긴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김 총재는 당 밖의 여러 경로를 통해 국정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은 김옥두 비서관을 통해 전달했다.

김 전 의원은 ‘김 비서관이 맡던 심부름을 김 대통령이 내가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김 전 의원이 맡도록 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 행로를 자주 들려줬다. 아버지인 김 대통령이 보내는 휘호도 전해주며 각별한 인연을 맺었었다. 김 전 의원의 돌아가심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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