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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태산이 무너진다! 철인이 스러진다!

[데스크칼럼]태산이 무너진다! 철인이 스러진다!

기사승인 2019. 04.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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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온고지신-사업가들은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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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성장기업팀장
# 73세의 공자가 죽기 일주일 전 문병을 온 제자 자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태산이 무너지는가! 대들보가 부러지는가! 철인은 스러지는가!(泰山壞乎!梁柱?乎!哲人萎乎!)”

아들 공리와 애제자 안연과 자로가 먼저 죽은 것을 슬퍼한 나머지 쇠약할대로 쇠약해진 공자의 마지막 탄식이었다.

피붙이와 분신이 먼저 사라져간 아픔...여기에 이상으로 내세웠던 ‘사람사는 세상’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절규였을까.

유교의 창시자, 仁(인)·사람다움·휴머니즘의 사회상을 제시하고 이를 정치에 연결시키려던 대학자의 마지막 작별인사 치고는 아쉽고 슬프기 그지 없다.

#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소유경영인들이 자신들의 기업을 어쩔 수 없이 넘기거나 억지로 팔아야 할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특별한 잘못이 있는것도 아니고, 사업이 안된 것도 아니지만 오래된 제도와 법 때문에 억지로 회사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공자가 마지막에 느낀 절망의 크기보다 이들의 절망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들에게 기업은 자식이자 제자이며, 추구했던 세상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 오롯이 투영된 기업을 산채로 보내야 하는 절망 역시 다른 슬픔과 비할 바 못되리라.

# 콘돔 생산 세계 1위 기업인 유니더스와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 쓰리쎄븐,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 국내 1위 종묘회사 농우바이오, 가구업체 까사미아 등이 최근 경영권을 매각한 바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상속세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증여·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6.6%보다 높다. 여기에 경영권이 있는 최대 주주 지분을 상속할 때는 10~30% 할증까지 적용돼 최고 65%까지 치솟는다.

# 물론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받기에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선진국들에 비해 혜택 한도도 낮아서 실질적인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들려온다.

실제 중소기업 상속자는 상속 당시 고용인원의 100% 이상(중견기업 1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경기상황, 고질적인 인력난이 겹치는 중소기업이 10년간 100% 이상 고용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같은 기간 업종 변경도 금지된다. 자신의 사업이 사양길에 있다고 해도 다른 업종으로 전환은 막히게 된다.

끝난 것이 아니다. 상속자는 10년 이상 대표로 있으면서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없고 지분율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위해 필요한 유상증자와 같은 자금조달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 “우리나라에서 중소·중견기업을 하기는 참 힘들다.”

취재를 위해 만난 많은 기업인들이 토로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성공은 로비와 아첨의 역사가 되고, 이뤄온 부(富)는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로 비춰진다. 사업의 확장이 시작되면 생각지도 못한 규제가 옭아온다.

상속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지속’보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논리가 앞서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위대한 사회는 중소기업을 하는 사업가들이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사회”라고 정의한 바 있다.

과연 이 땅의 수많은 중소기업 오너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까?/최성록 성장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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