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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의 계절에 직면한 중 경제, 석유 거인도 침몰

파산의 계절에 직면한 중 경제, 석유 거인도 침몰

기사승인 2019. 04. 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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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라는 분석도, 경제 새판짜기에는 진짜 유리
지난해 3월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 하방 압력에 직면한 중국이 잇따른 기업들의 파산으로 신음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이제는 창업자가 중국 100대 부호 중 한 명인 에너지·석유 분야 대기업도 비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중국 언론의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우선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2016년 선정한 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클럽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아이우지우(愛屋及烏)를 꼽아야 한다. 소비자들의 온라인 플랫폼 외면과 부동산시장 침체라는 폭탄을 맞고 지난 1월 파산했다.

공유자전거 회사로 유명한 오포(ofo)와 모바이크(摩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한 때 알리바바와 텅쉰(騰訊) 같은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투자만 받는 오만함까지 보여주면서 승승장구했지만 사실상 파산 상태에 처했다. 낮은 수익모델이 덜미를 잡은 것. 온라인 대출업체 모다이(modai)를 비롯한 개인간거래(P2P) 업체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줄줄이 파산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횡액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 업체 진리(金立·지오니)는 영업부진에 더해 창업자 류리룽(劉立榮·47) 회장의 도박 빚으로 발생한 막대한 채무를 감당할 방법이 없어 파산하게 되는 다소 황당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가 도박에서 잃은 돈만 무려 120억 위안(元·2조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 직원들에게 맞아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괜한 게 아닌 듯하다.

광후이석유
광둥(廣東)성 선전 소재 광후이석유의 석유 저유소. 채권자의 파산 청산 신청이 홍콩 고등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 풍전등화의 운명에 직면했다./제공=광후이석유 홈페이지

이 와중에 최대 민영 에너지·석유기업인 광후이(光匯)석유가 갑작스레 파산, 중국 경제에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1992년 쉐광린(薛光林·52)이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 3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거칠 것이 없었다.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 같았으며, 홍콩증시에 상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영업이익이 추락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베트남석유공사(Petrolimex)로부터 3000만 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

이후 더욱 나빠진 광후이석유의 자금 사정을 간파한 베트남석유공사가 상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광후이석유는 채무 상환을 차일피일 미뤘다. 급기야 안 되겠다고 판단한 베트남석유공사는 홍콩 법원에 광후이석유의 파산 및 청산 신청을 내게 됐다. 청산을 통해 한푼이라도 건지겠다는 심산이었던 것. 최근 홍콩 고등법원은 베트남석유공사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광후이석유가 채무 변제 능력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 쉐광린은 현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현재 상황을 보면 중국 경제는 확실히 좋다고 하기 어렵다. 앞으로 파산 기업들이 더욱 속출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파산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쓰러지고 생겨나는 것은 인간의 생로병사와 마찬가지로 경제의 순환 사이클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창조적 파괴라는 말까지 있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의 상황을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의 적기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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