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갤럭시노트7에 이어 갤럭시폴드까지…난감해진 고동진 사장

[취재뒷담화]갤럭시노트7에 이어 갤럭시폴드까지…난감해진 고동진 사장

기사승인 2019. 04. 23. 15:3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삼성 갤럭시 언팩 2019_고동진 대표이사 (1) (1)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이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상용 폴더블폰을 지향하며 준비했던 ‘갤럭시 폴드’의 공식 출시를 디스플레이와 힌지(경첩) 문제로 잠정 연기한 가운데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에 이어 또 다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비교하면 이번 갤럭시 폴드 불량 문제는 출시전 상황을 인지하고 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리콜 등에 따른 대규모 금전적 피해는 줄였지만 이미지 실추는 갤럭시노트7 못지않게 클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출시일을 잡아놓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고 사장일 듯합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개화시킨 이후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제품 불량으로 문제가 됐던 것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에 이어 갤럭시 폴드가 두 번째입니다. 공고롭게도 이 두 제품을 직접 소개한 사람이 고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고 사장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갤럭시S10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폴드를 직접 들고 제품 혁신성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2016년 8월 갤럭시노트7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노트7을 오른손으로 들어 올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고 사장은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며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로 스마트폰 시장의 신영역을 열었다는 점을 강조했죠. 당시 고 사장은 “갤럭시 폴드는 스마트폰 시장에 ‘폴더블폰’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여는 제품”이라며 “소비자에게 유의미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약 8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고 ‘이 정도면 준비됐다’고 판단·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갤럭시S10 언팩 행사였지만 세계의 눈은 갤럭시 폴드에 집중됐습니다. 국내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갤럭시S10이 아닌 갤럭시 폴드였을 정도였습니다.

삼성 갤럭시 폴드_스페이스 실버 (3)
갤럭시 폴드/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를 통해 8년간 연구·개발한 성과의 문제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갤럭시 폴드의 접히는 부분(힌지)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설계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시장에서는 갤럭시 폴드 출시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부품 불량 여부를 떠나서 완성품만큼은 불량을 인정한 셈입니다.

갤럭시노트7 사태 당시 고 사장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이라며 당시 출하된 250만대에 대한 리콜을 공식발표하며 머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출시전 문제점을 발견해 글로벌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듯 합니다.

다만 불량을 최소화하고 초일류기업을 목표로 해온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뼈 아픈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에게 ‘불량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고 ’애니콜‘을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것도 불량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인식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라고 강조한 프랑크프루트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일류기업으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1995년 이 회장은 애니콜 불량률이 급증하자 애니콜 15만대(약 500억원)를 불에 태워 버리며 불량제품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삼성전자에게 불량은 용인될 수 없는 단어가 됐습니다.

2013년 삼성 신경영 20주년 만찬 행사에서 상영된 영상을 통해 당시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500억원 어치, 내 자식같은 무선전화기가 다 타들어가는데…내 몸이 타는 것 같았습니다. 그 화형식이 계기였습니다. 우리 가슴 속에 있는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털끝만큼도 안남기고 다 태워버렸습니다. 새로운 출발이었죠”라며 “(갤럭시 등 최근 무선성과 이미지)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된 겁니다”라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던 불량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낸 계기가 된 것이 갤럭시노트7과 갤럭시 폴드가 된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해 불량이 없는 제품을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을 것입니다. 그것이 한달이 될지 아니면 올해 연말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8년을 공을 들여 개발한 제품을 그냥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지금까지 세계를 주름 잡은 제품을 수도 없이 내놓은 저력을 생각하면 그 시기는 더욱 빨라 질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로 ‘기술의 삼성’이라는 프라이드에 다시 한번 금이 간 것을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갤럭시폴드111111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됐던 갤럭시 폴드 소개 사진/출처 = 삼성전자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