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에서 김지하 시인의 시를 소지·배포한 혐의로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4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3일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재심을 받은 김 부의장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김 부의장은 1975년 재일 한인 잡지에 게재된 김 시인의 오행시 사본을 소지하고 배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듬해 1심에서 징역 10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김 부의장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김 부의장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도 같은 취지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 이후 김 부의장은 1979년 ‘YH무역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사건, 1983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투쟁을 외신에 알렸다가 국가모독죄로 구속기소된 사건 등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