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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처음처럼 역공에… 지방소주, 텃밭서도 ‘비틀’

참이슬·처음처럼 역공에… 지방소주, 텃밭서도 ‘비틀’

기사승인 2019. 04. 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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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보해양조, 지난해 100억원대 영업손실
한라산도 적자 전환…맥키스는 매각 루머까지
수도권 공략 실패·전국구 소주 공세에 '흔들'
참이슬 출고가 인상에 지방소주도 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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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주업체들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수도권 진출을 노리며 영역 확장에 나섰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이 ‘전국구 소주’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역공에 지역 기반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처럼 텃밭마저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 지방소주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좋은데이’로 유명한 부산·경남 기반 소주업체 무학은 2018년 연결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23% 감소한 1937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2011년 이후 유지해 온 2000억원대 매출이 무너졌다.

특히 2017년 28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무학이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는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2014년 영업이익 814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실적 하향세가 뚜렷하다. 무학측은 “주류매출이 감소하고 수도권 공략 및 부산·울산·경남 등 자도 지역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잎새주’로 널리 알려진 광주·전남 기반의 보해양조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보해양조의 지난해 매출액은 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110억원으로 2016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보해양조는 2017년 임직원 임금 일부 반납과 구조조정에 이어 2018년 말 권고사직·희망퇴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매각설까지 제기되자 ‘악의적인 의도로 유포된 루머’라는 입장문을 내는 등 풍파를 겪었다.

제주 대표 소주업체인 한라산도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2017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4% 감소한 232억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 1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지역 소주업체인 ‘금복주’와 대전·충남 기반의 ‘맥키스컴퍼니’도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 금복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46억원으로 2017년(331억원)에 비해 26%, 금액으로는 85억원이 감소했으며, 맥키스컴퍼니는 600억원대를 유지하던 매출이 지난해 584억원으로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소폭 줄었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일본 매각 루머가 수그러들지 않자 포상금을 내거는 등 강력대응에 나선 바 있다.

대다수 지역소주의 실적 악화는 지역 소주업체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참이슬)·롯데주류(처음처럼)가 맥주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방 소주 시장 확대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도권 소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무학·보해 등 지역 소주업체들의 수도권 공략 실패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이트진로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부산·경남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선보인 ‘참이슬 16.9’가 판매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영남권 소주 판매가 두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지역 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맥주를 생산하던 경남 마산공장을 소주생산기지로 대체해 지난해 6월부터 ‘참이슬’ 생산에 들어갔다. 보해양조가 2010년대 초반까지 80~90%의 점유율을 보인 호남권에서도 ‘참이슬’은 5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지방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광주·대전·천안 등 지방 대도시에서 지난해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주요 지방소주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대선주조만이 지난해 뚜렷한 상승세를 탔다. 매출액 812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각각 60%, 159% 늘어났다. 2017년 1월 출시한 ‘대선’이 2년 만에 누적판매 2억병을 돌파, 무학에게 내줬던 부산 소주 시장의 맹주 자리를 재탈환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한편, 하이트진로가 소주 ‘참이슬’의 출고가격을 5월부터 6.45% 인상함에 따라 실적 부진에 휩싸인 지방소주업체들의 잇따른 소주 가격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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