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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거물들, ‘카슈끄지 살해’ 시들해지자 다시 사우디로

글로벌 금융 거물들, ‘카슈끄지 살해’ 시들해지자 다시 사우디로

기사승인 2019. 04. 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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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사진= 2019 금융 분야 컨퍼런스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금융 거물들이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잦아들자 다시금 사우디아라비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으로 ‘눈엣가시’였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 살해당하고, 이 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개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등을 돌렸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 최근 진행됐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채권 발행이 성공을 거둔 것도 글로벌 금융 거물들의 사우디행에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이틀에 걸쳐 금융 분야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 존 플린트 홍콩상하이은행 (HSBC) CEO, 대니얼 핀토 JP모건체이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친 초우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전무 등이 대거 참석했다.

앞서 이들 글로벌 금융 거물은 카슈끄지 사건에 분노를 표하며 지난해 10월 열린 사우디의 대규모 투자 컨퍼런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보이콧 했다. 당시 보이콧에 동참했던 플린트 CEO는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해 “사우디에 돌아오는 것은 특권”이라며 “사우디 경제는 우리에게 큰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핑크 블랙록 CEO역시 “사우디에서 또다른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글로벌 금융 거물이 다시 사우디에 관심을 표명하게 된 이유는 중 하나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성공적으로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 아람코의 첫 채권 발행에는 750억 달러(약 86조9925억원)의 자금이 모였는데, 이는 당초 아람코의 목표였던 100억 달러(11조5990억원)를 7배 넘게 상회하는 것이다. 아람코는 2021년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금융 거물들도 더 이상 사우디를 외면하기 어렵게 된 것.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 아람코가 성공적으로 채권시장에 데뷔하면서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사태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에서는 2030년까지 리야드를 세계 100대 도시로 끌어올리고, 석유 의존도 역시 낮추겠다는 내용의 ‘사우디 비전 2030’이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리야드에 229억 달러(약 26조5754억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의 녹지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리야드의 녹지 비율을 현재의 1.5%에서 2030년 9.1%까지 높이겠다는 것. 이번 녹지공원 계획으로 일자리만 7만여 개가 창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 금융 거물들이 이 같은 ‘호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금융 분야 컨퍼런스가 진행되기 하루 전인 23일 사우디 정부는 테러 관련 혐의로 자국민 37명을 참수형에 처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카슈끄지 사건이 잦아들 참에 다시 한 번 인권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것. 하지만 금융 분야 컨퍼런스에 참여한 글로벌 금융 거물들 가운데 아무도 사우디 인권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걸프만 전문가 카렌 영은 “카슈끄지 문제를 비롯한 인권 문제는 글로벌 금융 거물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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