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WP “북, 웜비어 석방 때 병원 치료비 명목, 23억원 청구서 미에 제시”

WP “북, 웜비어 석방 때 병원 치료비 명목, 23억원 청구서 미에 제시”

기사승인 2019. 04. 26. 06:1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미 대학생 웜비어 북 관광 중 체포, 17개월 후 석방됐지만 사망
WP "대북특사, 트럼프 대통령 지침 받고 병원비 지급 합의서 서명"
"북, 뻔뻔한 처사, 트럼프 북 비핵화도 얻지 못하고 미국에 굴욕 안겨"
오토 웜비어
북한이 2017년 혼수상태였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 당시 그 조건으로 병원 치료비 명목의 200만달러(한화 23억원)의 청구서를 미국 측에 제시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웜비어가 2016년 3월 16일 북한 평양 재판정에 출두하고 있는 모습./사진=AP=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혼수상태였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 당시 그 조건으로 병원 치료비 명목의 200만달러(한화 23억원)의 청구서를 미국 측에 제시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인질 석방 때마다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이에 따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몸값 지불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은 웜비어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미 당국자가 돈을 지불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이러한 청구서를 발행했다고 WP는 중국 베이징(北京)발로 전했다.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에 머물던 호텔에서 정치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과 함께 중노동에 처하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13일 석방돼 귀향했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이러한 병원비 청구는 북·미 어느 쪽에서도 공개된 바 없다. WP는 “북한이 공격적 전술로 잘 알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뻔뻔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 측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받고 병원비 지급 합의서에 서명을 해줬다고 WP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당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측의 청구서 요구를 전달했고,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그들의 특사에게 200만달러를 지불할 것이라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청구서는 재무부로 보내졌으며 2017년 말까지는 미지급 상태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 이후 이 돈을 지불했는지 또는 이 문제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윤 전 특별대표가 2017년 6월 12일 동행한 의료진 두 명과 함께 북한에 도착해 웜비어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웜비어는 다음날인 13일 풀려나 귀국길에 올랐으나 혼수상태였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인질 협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랬기 때문에 이 행정부 들어 인질 협상이 성공적이었던 것”이라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과 지난해 2월 은퇴한 윤 전 특별대표·틸러슨 전 장관·재무부, 그리고 주유엔 북한 대표부의 미국 담당 관계자도 반응 요구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윤 전 특별대표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그는 그저 호기심 많은 평범한 관광객일 뿐이었다”고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외교적 교류와 협상”에 관한 것이라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웜비어 석방과 관련해 자신이 받은 명령은 ‘오토를 되찾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당시 틸러슨 장관과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긴밀히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억류 미국인 송환을 위한 청구서 지불 서약이 드문 사례인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전에 몇몇 석방 사례에서 일부 돈이 건네졌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는 병원비에 근거해 정당화됐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웜비어 관련 내용이나 세부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 전임 정권들과 차별화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터키에 장기 구금됐다 풀려났을 당시에도 “우리는 적어도 더는 이 나라에서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미국인들을 인질로 삼았으며 억류 미국인에게 막대한 병원비를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WP는 전했다.

북한에 2년간 억류됐던 선교사 케네스 배 씨는 당뇨로 병원 진료를 받았으며 진료비로 하루 600유로를 청구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그의 첫 입원비는 10만1000유로(약 12만달러)에 달했다.

배씨의 진료비는 3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지만 그는 비용 지불 없이 석방됐다고 WP는 전했다.

WP 칼럼니스트인 폴 월드먼은 기고문에서 이번 보도와 관련, “이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추구했던 (북한) 비핵화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이런 굴욕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북한과 협상을 진행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욕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비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