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비(非)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133조원 투자를 발표하고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에이디칩스는 전 거래일보다 13.64% 오른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밝힌 24일 이후 35% 급등한 상태다. 에이디칩스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및 확보한 업체다.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가전·전기제품의 두뇌역할을 하는 MCU 설계 업체(펩리스)인 어보브반도체는 이날 전장보다 3.37% 오른 8280원에 마감했다. MCU는 모든 전자부품에 1개 이상씩 적용되는 핵심 전자 부품이다.
이처럼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세를 탄 건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연구개발(R&D)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발표는 청와대가 “비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와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국내 R&D에 대한 연평균 투자비용을 6조원, 장비를 포함한 생산설비 투자비용을 연평균 5조원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도의 비메모리 투자 대비 50~100% 증가하는 셈”이라며 “과거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에 장비(에스에프에이·원익IPS·케이씨텍) 및 소재(한솔케미칼·원익머티리얼즈) 공급이력이 있는 업체들의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용 과산화수소 독점 공급사인 한솔케미칼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한솔케미칼의 올해 비메모리 소재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한 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 및 부품 생산업체 테스티안을 자회사로 둔 유니테스트는 삼성전자의 발표 다음날인 25일 전장 대비 11.36% 상승한 1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스티안의 주요 제품은 메모리·비메모리 부문 전류 검사 장비 및 소모품”이라며 “비메모리 시장 성장 수혜로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00억원 증가한 10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원익머트리얼즈의 비메모리향 매출 비중은 10% 내외다. 원익머트리얼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특수가스 전문 제조업체다. 전체 고객사 중 삼성전자 비중이 80%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RAM, NAND 등 메모리 생산라인에서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했었다”며 “비메모리 시설투자 과정에서도 국내 공급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