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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교수 “게임 중독, 학술적 근거 여전히 부족”

윤태진 교수 “게임 중독, 학술적 근거 여전히 부족”

기사승인 2019. 04. 2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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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
"게임 과몰입 연구 한계는 무지와 무관심의 결과"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 2회 T.A.G. talk'에서 '게임의 질병화(化): 게임 중독에 관한 학술적 연구의 역사와 문제점'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2018년 6월 18일 ICD-11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판)이 공개됐다. 여기서 WHO는 게임과몰입을 중독의 일종으로 분류했다. 

반대로 미국 정신의학협회(APA)의 2013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5차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 장애가 등장하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한 범주로 분류했다. 

APA는 5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질병코드 부여의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나.

한국의 경우 오는 2020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O) 개정이 예정됐다. 10차 ICD 개정안이 기초다. 한국에서 게임과몰입은 이미 질병으로 규정됐다.

윤태진 교수는 "의학/과학 영역에서 규정하기에 앞서 이미 사회적/담론 수준에서 게임과몰입은 질병이라고 정의했다"며 "이것을 학술적 규정과 혼돈하거나 동일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1990년에 이미 전자오락을 한 매체에서 전자마약이라고 비유했다. 20세기 초 소설이 나왔을 때는 중독된다면서 마약을 비유한 경우도 존재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반복되는 사례가 있으며 라디오와 영화, 텔레비전 등이 탄생했을 때 사건들과 똑같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즉, 게임 중독은 처음부터 학술 용어가 아니었으며 저널리즘이 유비적 목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교육계와 업계, 정관계가 의미 부가 및 변형했다는 지적이다.

심리학자 빈 등은 WHO에 우려를 표했다. 게임 중독의 타당성에 대한 명확성이 결여한 한편 WHO 제안은 '물질남용 연구'에 근거, 비디오게임 플레이를 미디어 소비로서 이해하지 않고 게임 행동의 병리화가 오히려 치유적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게임 질병코드화에 관해 진행된 국내외 연구를 검토하고 흥미로운 결과를 내놨다. 논문편수가 91개로 압도적이며, 이어 중국, 미국, 독일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논문 편수뿐 아니라 인구당 논문 편수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게임 중독 연구에 있어서 한국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중독' 개념에 대한 입장 비율은 대한민국이 89%로 가장 높았다. 대부분의 논문들이 중독 개념을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 결과로 중독 개념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보완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

'게임 중독' 개념에 대한 입장은 2016년부터 게임과몰입, 중독 개념에 사전 동의하거나 전제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논문들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논문편수 90개 중 게임 중독 개념에 사전 동의하거나 전제한 비율이 83.3%나 차지했다. 2013년 APA의 DSM-5 발표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정된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게임 중독이라는 개념은 현상으로부터의 도출된 개념이 아니라 다른 매커니즘에서 정해지고 탑 다운 방식으로 내려와 연구 결과에 반영"이라고 밝혔다.

게임 중독의 개념 정의에 대한 학술적 합의는 없다. 윤 교슈에 따르면 게임 중독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은 과몰입, 장애 등 총 16개다. 단어가 분명하지 않으면 개념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게임 중독의 진단 도구 및 척도가 상이하고 다양, 타당도에 대한 확신도가 부족하다.

가장 많이 척도가 Young의 IAT(Internet Addicion Test)인데, IAT는 인터넷 중독을 진단하는 척도로 따라서 게임 중독을 진단하는데 적절한 척도인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이한 척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중독의 유병률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특정 게임을 지목하거나 게임 장르를 특정해 깊게 진행한 연구는 극소수다. 특정 게임과 장르를 지목하더라도 연구 진행 당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과 장르를 무분별하게 채택하는 허점이 존재한다. 게임 자체를 중독 대상으로 연구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임의 순기능적 요인에 관한 연구에 상대적으로 정교한 분류와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게임 중독의 학술적 근거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반면 과잉 의료화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어떤 사회 문제를 의학적으로 풀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수면위로 들어나고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의료화를 주도하는 주장 제시 집단과 대응 집단 간의 경쟁 및 충돌이 발생해 연구자 내부의 차이는 주요 담론에서 배제되고 이분법적 논쟁 구도만 남게된다"면서 "게임 중독 질병화 논의는 정치 사회적 맥락과 밀접하게 교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가 조사한 논문 자료에 따르면 총 677편 연구 중 91편이 한국이고 대부분 의약학 분야에서 발표한다. 게임 중독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비율이 높다. 게임을 늘 마약, 중독, 도박 등 부정적 단어와 결합해서 담론화하는 연구 환경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

그는 "게임 연구의 한계는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결과일 지도 모른다"며 "게임 장르, 기술적 환경 변화 등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연구자,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 도구로 연구, 그 결과를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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