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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태 미공개 사진 2000여장 미국 유출 파문

톈안먼 사태 미공개 사진 2000여장 미국 유출 파문

기사승인 2019. 05.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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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위 참가했던 학생이 찍어 보관하다 빼돌려
지난 30년 동안 외부에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중국 톈안먼(天安門) 유혈 사태 때의 끔찍한 사진 2000여장이 미국에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에서는 어떻게든 이 사진들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워 조만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근 무역협상 결렬로 껄끄러운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등 상당한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

톈안먼 1
재미 중국 사진작가 류젠이 찍은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의 사진. 대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제공=대만 롄허바오(聯合報)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3일 전언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1989년 6월 4일 발생한 톈안먼 사태 당시 현장에 시위대로 참가한 학생이던 류젠(劉建·51)이 찍은 것으로 그동안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3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류젠이 부담감 탓에 애써 당시의 기억과 사진들의 존재를 잊으려 노력한 채 살아온 탓이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사진작가로 일해온 그는 시간이 가면서 끔찍했던 사태 현장의 기억을 오히려 잊지 못했다고 한다. 더불어 사진들의 존재를 언젠가는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 역시 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

그는 결국 미국에 이주한지 3년 만인 올해 문제의 사진들을 모종의 경로를 통해 밀반출하는 모험을 결행했다. 현재 이 사진들은 그가 미국의 은밀한 모처에 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같은 행보가 미국의 정보기관들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설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류젠
30년 만에 학창시절 찍은 톈안먼 사태 당시의 사진을 공개한 류젠./제공=대만 롄허바오
중국 입장에서는 애가 타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공개를 막으려고 백방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의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필름을 거액에 구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것은 이로 보면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보인다. 하지만 류젠은 모처에 꼭꼭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현재 쓰고 있는 이름이 본명인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 무엇보다 사진들을 자신이 선택한 매체에 전달, 진실을 가감없이 보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그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신뢰할 만한 언론을 찾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도가 된 후 전체 사진들은 로스앤젤리스에 세워지는 자유조각공원 내 톈안먼 사태 추모관인 ‘6·4박물관’에 기증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을 군 병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톈안먼 사태는 비공식적으로는 1만여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는 정치적 대격변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가 실각하고 수많은 학생·시민·민주화 지도자들이 투옥되거나 해외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톈안먼 사태라는 말은 금기어가 됐다. 진상조사는 커녕 언급하는 것 자체가 반국가적 행동이 된 것이다.

현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해외의 망명 인사들이 당국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리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톈안먼 사태 발생 30주년이 되는 올해는 상징적인 해인 만큼 상당히 다를 것 같다. 류젠의 사진들이 바로 이같이 미묘한 시기에 공개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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