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일본 ‘보물’ 플랜트 산업의 위기

일본 ‘보물’ 플랜트 산업의 위기

기사승인 2019. 05. 20. 17:1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11337854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플랜트 업계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석유 정제·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많은 수주를 따왔다. 일본의 ‘보물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그러나 최근들어 경영이 급속히 악화하거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인재 부족·한국과 중국 기업의 경쟁 가세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도요엔지니어링은 지난 15일 올 1분기(1~3월) 결산을 발표했다. 8억엔(약 86억6000만원)의 적자로 전년 동기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원인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건설중인 에틸렌 제조 플랜트 사업. 올해 시범 가동을 했다가 결함이 발견돼 재공사 등 100억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에틸렌 제조 플랜트는 도요엔지니어링이 지난 2015년 따낸 1500억엔 규모의 사업으로 도요엔지니어링 사상 가장 큰 미국 수주였다. 하지만 재공사 등이 잇따르면서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지난 3년간 약 800억엔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

지요다화공건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미국에서 수주받은 사업 때문에 경영 위기까지 겪고 있다. 지요다화공건설은 지난 9일 1분기 결산을 발표, 2149억엔(약 2조32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적자로 현재 부채가 자산총액을 592억엔 초과하는 채무 초과 상태에 빠졌다. 적자의 요인은 루이지애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태풍의 영향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본의 플랜트 기업들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재공사나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때문인데, 이는 대부분 인재(숙련공) 부족에서 기인한다.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지하의 단단한 암반 속에 있는 셰일 오일을 꺼내는 기술이 발달하며 셰일 오일 관련 공사가 급증했다. 또한 이를 원유와 천연가스로 만드는 공장이 필요해지면서 일본 플랜트 업계는 미국의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주 경쟁은 숙련공 부족으로 이어졌다. 일본 최대 플랜트 업체인 닛키(JGC)의 이시즈카 다다시(石塚忠) 사장은 “숙련공 수요가 늘었음에도 정작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 공사를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닛키도 미국 에틸렌 제조 플랜트의 채산성이 악화하면서 2017년 1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민자에게 배타적인 정책이 펼쳐진 것도 일본 플랜트 업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현장 작업을 하는 숙련공이 미국에 들어가기 어렵게 된 것. 숙련공이 부족해지면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재공사 등의 리스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일본 플랜트 기업들이 한국과 중국 기업에 쫓기면서 조바심에 리스크가 있는 사업마저 따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플랜트 업계에서는 독특한 계약 방식을 취하고 있다. 수주할 때 공사비를 확정하고, 이후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 주류다. 이 때문에 재해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수주를 따낸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 전세계 플랜트 시장은한국과 중국 기업이 공을 들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 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수주를 따내러 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