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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 성과에도 中 지방은 미풍지대 복마전

부패와의 전쟁 성과에도 中 지방은 미풍지대 복마전

기사승인 2019. 05. 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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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행정 단위로 내려갈수록 조폭 행태 극심
중국 당정 중앙에서 강력 추진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이 지난 수년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과 달리 각급 지방정부 상당수는 여전히 미풍지대의 복마전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하급 행정단위로 내려갈수록 심해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곧 조폭이라는 등식까지 성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의 기관장은 실제 조폭인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유력지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언론의 21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 취임 이후 지난 6년여 동안 부패와의 전쟁에서 나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전체 공무원의 0.66%에 해당하는 연평균 5만여명이 비리로 낙마한 사실을 보면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여기에 부장(장관)급 이상의 고위 당정 관리를 일컫는 이른바 호랑이들도 연평균 20여명 전후가 비리로 처벌받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중국 당정 중앙의 영(令)은 서 있다고 봐야 한다.

촌패
지방 조폭과 어울리는 관리를 뜻하는 춘바는 대표적 사회악으로 꼽힌다. 언론의 만평에도 등장하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런 것 같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
하지만 중앙 부처나 대도시가 아닌 하급 행정단위로 내려갈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궁벽한 시골인 경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기관장들이 춘바(村覇·시골 깡패)로 불려도 그러려니 한다는 것이 언론의 전언이다. 어느 정도인지는 회의 석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회의는 뒷전이고 뇌물수수 방안을 논의하거나 술자리 또는 도박판을 벌이는 장소로 회의실을 변질시키는 케이스가 태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펑
패도 서기로 불린 청펑 전 무단장시 부비서장. 체포됐을 때의 모습./제공=신징바오
최근 중국의 사정 당국에 비리 혐의로 체포된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牡丹江)시의 청펑(程鵬·54) 부비서장이 대표적 사례. 초창기에 청 부비서장은 나름 스펙이 괜찮은 전도유망한 공무원이었다. 무단장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헤이룽장성 일대 지방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니 이렇게 단정해도 무방하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스펙을 높이 평가한 고위층의 영전 권고에도 한사코 한지(寒地) 근무를 자처했다. 주변에서 공복 정신이 투철한 공무원으로 칭찬이 자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를 진짜 잘 아는 지인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가 이른바 패도(覇道) 서기라면서 같이 어울리는 것조차 꺼려했다. 실제 그는 옮겨가는 지방정부마다 조폭처럼 행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급 술과 담배, 도박에 쩔어 지냈을 뿐 아니라 회의 시간에서까지 부하 직원들에게 권하면서 함께 타락하기를 요구했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개밥을 보내는 모욕을 줬다고 한다. 치를 떤 사람들이 많았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이런 조폭 행각은 자신이 맡아 추진한 무단장시 산하 한 지방정부의 의료위생센터 건축과 관련한 일을 엉망으로 처리하면서 막을 내렸다. 공금 횡령은 말할 것도 없고 부실 시공 등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 무단장시 자택에는 최소 가격이 마리당 200만 위안(元·3억4000만원)에 이르는 짱아오(藏獒·일명 사자개)를 기르고 있었다면 향후 열릴 재판에서 어느 정도 단죄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의 사정 당국은 이런 현실을 감안, 춘바나 패도 서기들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 철저하게 응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중국의 지방 행정단위가 천문학적으로 많은데다 제보를 받지 않은 한 저 멀리 꼭꼭 숨어있는 벽촌의 진실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변호사 반루이(班磊) 씨는 “과거 경찰과 도적떼는 한가족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주역이 지방 관리와 조폭이라는 사실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런 현실을 방치하면 조만간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정 당국이 이제 춘바나 패도 서기와의 전쟁에 매진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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