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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의회, 국회의장 선출 정당성 놓고 홍역

아프가니스탄 의회, 국회의장 선출 정당성 놓고 홍역

기사승인 2019. 05.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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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ghanistan Reconstruction <YONHAP NO-5150> (AP)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사진=/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의회가 부정선거 논란 등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꾸려졌지만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국회의장 선출의 정당성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무리의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봉쇄, 절차적 부당함을 항의하면서 난투극까지 벌어진 것. 이는 9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의 정국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지난 18일 전직 군인 출신의 사업가인 미르 라흐만 라흐마니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기 위한 충분한 표를 획득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으로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아프가니스탄은 총선이 3년 이상 미뤄지다가 지난해 10월에야 비로소 치러졌다. 당초 선거 결과는 개표 후 수주 내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부정선거 및 뇌물수수 의혹으로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달 초가 돼서야 겨우 최종 선거 결과가 공표됐다. 물론 총선 과정에서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를 겪었다. 이처럼 어렵게 출발한 새 의회는 지난 15일 수도 카불에서 회기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라흐마니 의원의 국회의장 선출 정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아프가니스탄 의원들은 지난 18일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의원 3명이 이 자리에 출석은 했지만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됐다. 전체 의원 247명 중 과반인 124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국회의장이 될 수 있는데, 244명만 투표한 것.

이 투표에서 라흐마니 의원은 123표, 라흐마니 의원과 경쟁했던 카말 나세르 오술리 의원은 55표를 얻었다. 라흐마니 의원은 단 한 표 차이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지만 기권표를 제외한 전체 244표 가운데 과반인 123표를 얻었다는 이유로 당선자로 발표됐다. 이로 인해 그를 당선자로 인정하는 지지자들과 당선에 필요한 124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반대파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의사당 본관에 모인 의원들이 서로에게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면서 의사당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술리 의원은 국회의장석에 앉아 자신이 이 자리의 정당한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잘 무함마드 잘메이 의원은 의장봉을 휘두르며 오술리 의원에게 달려들었다. 이 모습은 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으며, 순식간에 소셜미디어에도 퍼져나갔다.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10여명의 여성 의원들. 이들은 의장석 주위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구호를 외치며 임시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중 한 사람인 마리암 사마 의원은 “우리는 결코 라흐마니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새로운 후보들을 모아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리암 술라이만카일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오술리 의원도 아니고 라흐마니 의원도 아니다. 이 문제는 법을 지키는 것에 대한 문제며, 나는 언제나 법의 편에 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라흐마니 의원을 지지하는 나히드 패리드 의원은 “라흐마니 의원은 과반수를 확보했다. 한 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우리의 새 국회의장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아프가니스탄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혼란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오는 7월 치러질 예정이던 대선은 투표 절차 등의 문제로 9월로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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