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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입맛에 맞는 질문만?’… ‘사전검열’ 논란 부른 쥴 랩스 간담회

[취재뒷담화] ‘입맛에 맞는 질문만?’… ‘사전검열’ 논란 부른 쥴 랩스 간담회

기사승인 2019. 05. 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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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질의 받아 사회자가 대신 질문…민감한 이슈 피해가
쥴랩스 코리아 "질문 선택 사회자에 일임…사전 검열 없어"
[포토]쥴 랩스 국내 출시
쥴랩스 관계자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대한 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재 쥴랩스 코리아 대표, 제임스 몬시스 쥴랩스 설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 아담 보웬 쥴랩스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 켄 비숍 쥴랩스 아시아태평양 국제성장부문 부사장. /정재훈 기자 hoon79@
쥴 랩스 코리아가 22일 진행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출시 간담회가 구설수에 올랐다. 주최측인 쥴 랩스 코리아가 현장에서 질문을 사전 접수한 뒤 세금문제 등 민감하거나 껄끄러운 이슈는 제외하고 입맛에 맞는 질문만 선별해 질의응답(Q&A)을 진행했다는 ‘사전 검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날 간담회의 질의응답은 극히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장 입장시 나눠준 QR코드를 스캔해 질의응답 페이지에 접속한 뒤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을 올리면, 질의응답 시간에 사회자가 주최측 인사에 대신 질문하는 형태다. 질의응답에는 아담 보웬·제임스 몬시스 쥴랩스 공동 설립자와 켄 비숍 쥴랩스 아시아태평양 국제성장부문 부사장, 이승재 쥴랩스 코리아 대표가 참석했다.

문제는 수십 개의 질의 가운데 주최측의 입맛에 맞는 질문만 선택해 응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질문을 사전에 받고 주최측이 이를 취사선택해 답하는 방식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인증 절차가 없어 기자는 물론 행사 관계자가 질문글을 게시하거나 질의응답 진행과 관련된 글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논란을 부추긴다.

실제로 이날 Q&A에 사전 접수된 질문 가운데 질의응답이 진행된 것은 10개가량으로, 국내에서 관심이 높은 청소년 흡연예방 대책을 제외하고는 일자리 창출, 쥴의 성공이유, 특정 편의점에 출시하지 않은 이유, 타 제품과 차별점, 마케팅 전략 등 대부분 평이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일반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세금 문제나 폐염증 유발을 비롯한 유해성 논란 등 주최측에 껄끄러운 질문들은 배제된 셈이다.


쥴 랩스 간담회 QR코드
‘쥴’ 출시 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나눠 준 용지. 해당 QR코드를 스캔하면 질의응답 페이지로 연동된다.
이런 탓에 간담회 직후 주최측에 대한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질문을 미리 받아 선별해 민감한 이슈를 피해간 것 아니냐는 지적부터 질문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고 누락돼 고의로 제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쥴 랩스 코리아측은 이와 관련해 “모든 질문은 사회자의 태블릿PC로 전송됐고 질문 선택은 사회자에게 일임했던 부분”이라며 “질문에 대한 사전 검열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진행된 쥴 랩스 공동설립자인 아담 보웬과 제임스 몬시스의 토크콘서트 형식 인터뷰도 쥴의 출시 감회와 목표, 성공적인 동업비결, 디자인 변천사 등 쥴 랩스측의 시나리오 아래 평범한 질문과 답변만 오갔을 뿐이다. 결국 1시간여의 간담회는 ‘성인 흡연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해 그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쥴 랩스의 목표와 ‘국내 법규를 따르겠다’는 공약이 반복됐다.

이제 막 한국 시장에 진출한 쥴랩스가 첫 공식행사에서 폐쇄적인 형태로 ‘일방소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국법인 형태도 페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에 진출한 필립모리스나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재팬 타바코 인터내셔널(JTI)의 한국법인이 주식회사인 것과 달리 쥴랩스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설립돼 기업정보 공개 의무가 없다. 지난해 법개정으로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시 의무는 없다. 대표적인 죄악산업인 담배 기업이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들이고, 사회환원은 어느 정도 하는지, 이익을 본사로 얼마나 가져가는지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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