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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릉도 화재현장, 새벽 화마와 싸운 ‘영웅의 손’

[르포]울릉도 화재현장, 새벽 화마와 싸운 ‘영웅의 손’

조준호 기자 | 기사승인 2019. 05.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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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2시쯤 울릉읍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주택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불로 주택 6채를 태워 1억50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와 2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조준호 기자
울릉 조준호 기자 = 25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휴대폰이 요란히 울렸다.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누운터라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벨소리를 들은 집사람이 전화기를 가져다 줬다.

제보전화였다. “울름읍 동백타운 뒤에 불이 났다. 소방차도 오고 불길이 심상찮다”고 말했다. 처음 별일 아닌 것 같아 다시 잠을 청할려다가 “바람에 불길이 옆집으로 타고 간다”란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기상예보에 건조주의보 이야길 들은터라 급히 옷을 가라입고 촬영장비를 챙겼다.

집밖으로 나오는 순간 텁텁한 공기와 함께 탄내가 진동했다. 화재가 큰 것으로 직감했다. 급히 현장에 도착하니 벌써 김병수 울릉군수를 비롯해 정성환 군의장 등이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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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2시쯤 울릉읍 주택가에 화재가 발생, 6대의 소방차와 119, 경찰, 군인 등 100여명이 현장에 출동해 진압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항공촬영 모습./조준호 기자
화재현장에는 화마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물을 뿌리고 진압하는 소방대원들에게 화가 난 모양인지 지붕을 뚫고 불이 올라오며 검은 연기를 연신 토해냈다. “펑, 펑” 굉음소리도 들렸다. 바람도 거셌다. 화재현장은 인구 밀집지역이고 뒷편에는 산이 있어 불길을 잡지 못하면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위험이 컸다.

현장에 있는 주민민들과 간단히 목인사를 나누고 화재현장이 잘 보이는 위치를 찾았다. 조금 더 가까이서 현장을 지켜보며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체육복 차림에 강아지를 안고 있는 학생과 간단한 소지품만 챙겨 나온 주민 등 모두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현장 불길은 거셌다. 검은 연기 속에 10여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119구조대원들과 의용소방대원 등이 LPG 가스통을 분리해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들 위험천만한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119구조대원은 관창호스를 가지고 화재현장에 물대포를 계속 쏘았다. 상식적으로 불이 꺼져야 하는데 불은 더 맹렬히 타올랐다. 붉은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반항하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화재 현장을 둘러싸고 흡사 마지노선을 만든 것처럼 보였다. 인근지역에도 살수를 하며 불길이 넘지 못하게 불과 사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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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화재 발생 3시간 후인 오전 5시쯤 큰 불길을 잡은 가운데 소방관들이 주택 내부에서 살수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항공촬영 모습./ 조준호 기자
불길은 더 이상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못하고 화재진압팀과 대치하며 힘 겨루기를 했다. 화재 발생 2시간여가 지나며 화마는 점차 힘을 잃고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며 119와 경찰, 군인, 의용소방대 등으로 연합한 화재진압팀이 승기를 잡았다. 바람과 함께 춤추던 불기둥은 점차 검은 연기와 흰 연기를 내뿜으며 수그러들었다.

화재 완전 진압을 앞두고 현장 좁은 골목길 등엔 119구조대원이 하나둘씩 주저 앉거나 누웠다. 3시간 가까이 불길과 싸운 영웅들이 정신력으로 버티다 화재진압의 안도감으로 탈진한 듯 보였다.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불길 속을 내달린 영웅들의 초라한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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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5시쯤 화재진압에 투입된 울릉119안전센터 소방관이 진압 후 탈진한 듯 길바닥에 누워 있다. /조준호 기자
이번 화재현장에서 다양한 ‘손’들을 보았다. 소방관들에게 시원한 물병을 건넨 손, 소방호스를 오르막 산길로 끌고 올라간 손,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주민을 안아주며 토닥이는 손, 위치를 잘 모르는 119구조대원들을 안내하는 손, 전기선과 통신선 등을 지키기 위해 전봇대에 매달려 수리하는 손, 스스로 현장을 통제하고 안내하는 손 등 주저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영웅의 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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