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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결혼 않은 초식남, 초식녀 시대 완전 정착

중국 결혼 않은 초식남, 초식녀 시대 완전 정착

기사승인 2019. 05. 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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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독신 인구만 무려 2억명. 이들 중 7700만명은 독거
중국에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는 성인 남녀를 뜻하는 초식남·초식녀의 시대가 정착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18세 이상의 성인 인구만 무려 2억명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이들의 40% 가까운 7700만명에 이르는 초식남·초식녀는 가족과도 떨어져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초식남·초식녀도 한국의 이른바 지옥고(지하· 옥탑방·고시원) 세대를 닮아간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비교적 결혼을 일찍 하는 편에 속했다. 20대 중반에 가정을 꾸려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 사회주의 체제 하의 각종 혜택이 줄어들면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급등, 청년들의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결혼이 서서히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유력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남녀 공히 평균 결혼 연령이 20대 후반으로까지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장쑤(江蘇)성 같은 곳은 아예 경악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평균 결혼 연령이 높다. 2018년을 기준으로 남녀 모두 30대 중반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혼이 활발이 이뤄지는 것도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해야 한다.

초식남·초식녀 시대가 도래한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 특히 남성이 연애나 결혼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진르터우탸오가 최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62.61%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 않다는 비율은 21.92%에 불과했다.

남성이 결혼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역시 경제적 부담이 가장 컸다. 18.28%가 너무 많은 돈이 들어 초식남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것 같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소재한 작은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사는 30대 중반의 장중다오(張中道) 씨의 사례를 살펴보면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는 상당히 명문에 속하는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전공이 좋아 베이징 소재의 꽤 괜찮은 컨설팅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생활 10년차인 그의 현재 상황은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연봉이 15만 위안(元·2550만원) 남짓해 저축의 여력이 별로 없다. 1년 임대료만 6만 위안 가까운데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계부가 적자가 아닌 것만도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 결혼에 필요한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초식남으로 남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주위 친구들 역시 대부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샹친
초식남, 초식녀가 돼 가고 있는 자녀들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상하이의 한 공원에 몰린 노년의 중국 부모들./제공=진르터우탸오
초식남·초식녀의 폭발적 증가는 새로운 사회 현상도 만들어내고 있다. 사이버 중매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최소한 1000여개 업체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들 대신 부모들끼리 공원같은 곳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짝을 찾는 기현상 역시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국의 대도시에는 이런 명소들이 최소한 한 두 군데 정도는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건국 이후 최근까지 약 3번의 만혼(晩婚)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이를테면 1966년부터 10년 동안에 걸친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농촌으로 하방(下放)된 수많은 여성 지청(知靑·지식 청년)들이 현지 총각들과의 결혼을 거부한 탓에 만혼 현상이 문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 등이 문제가 되는 지금은 정치적인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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