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캐디로 헌신한 아버지에게 안긴 임은빈의 ‘우승’ 효도

기사승인 2019. 05. 30. 10:3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임은빈과 아버지 KLPGA
임은빈(왼쪽)이 지난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우승을 달성한 뒤 자신의 캐디인 아버지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LPGA
5월 중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59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강성훈(32)은 15살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내 영어 등을 배울 기회를 준 아버지에게 “지금 미국에서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는 건 아버지의 희생 덕분”이라며 “누구보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헌신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회한 뒤 93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맛본 임은빈(22)도 빼놓을 수 없다. 임은빈의 캐디백은 아머지가 메고 다닌다. 임은빈은 “4시즌 동안 아버지가 2번 정도 빼고는 계속 백을 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임은빈이 지난 KLPGA 투어 E1 채리리 오픈에서 무려 4명이 벌인 연장전 끝에 4번째 홀에서 강호 김지현(28)을 무너뜨리고 값진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데는 아버지의 직접적인 영향이 컸다. 임은빈은 첫 연장 승부에 “떨 줄 알았는데 막상 하니까 마냥 재밌었다”면서 “지면 공동 2위로 떨어지더라도 재미있게 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지현과 벌인 4차 연장전 순간에는 강심장이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옆을 지키던 아버지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임은빈은 “아버지는 ‘김지현 선수가 어차피 공을 넣을 것이니 우리는 실수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임은빈은 마음이 편해졌다. 반면 백전노장 김지현은 집중력이 떨어지며 뜻밖의 파 퍼트를 놓쳤다. 이렇게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아버지도 별말씀 안 하셨다. 서로 얼떨떨했던 것 같다”고 임은빈은 덧붙였다. 둘을 절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임은빈 인터뷰 KLPGA
임은빈이 우승자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KLPGA
임은빈의 우승을 놓고 부녀가 만든 우승 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버지 임일주 씨는 임은빈의 10여년 골프 인생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임은빈은 10세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든든한 뒷바라지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고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는 국가대표를 지냈다. 함평골프고를 다니던 2015년에는 아마추어 추천자 자격으로 정규 투어 3개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으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58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족의 지원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임은빈 역시 우승 직후 “아버지와의 호흡이 가장 힘들었다”며 “가족이고 욕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만 떨리지 않고 서로 욕심에 조금 호흡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래도 임은빈은 아버지를 믿고 따른다. 그는 “다투고 싸울 때도 있지만 아버지가 워낙 말을 잘 들어주시긴 한다. 다른 어느 선수들보다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한다고 자부한다“고 감사함을 전달했다. 아버지는 “우승하면 더 이상 캐디를 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임은빈이 “아직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명승부 끝에 마수걸이 우승을 거둔 임은빈은 올해 목표를 3승으로 잡았다. 그는 “시드 걱정을 덜어 앞으로 여유 있게 칠 수 있겠다”면서 “3승은 목표를 크게 잡고 움직이자는 뜻이 담겨있다. 흔들리지 않는 티샷으로 아버지에게 더 많은 우승을 안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