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알리바바, 홍콩 상장 추진…중국 기업의 월가 탈출 시작되나

알리바바, 홍콩 상장 추진…중국 기업의 월가 탈출 시작되나

기사승인 2019. 06. 02. 13:2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hina Working Hours Debate <YONHAP NO-3355> (AP)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2014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 거래 첫날을 맞아 미소 짓고 있다./연합, AP
최근 홍콩은 알리바바에 대한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매일 1억명이 물건을 구매하는 알리바바의 지주회사 알리바바그룹홀딩스가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상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 올해 말 200억 달러(약 23조786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홍콩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알리바바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 일부에서는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은 중국 기업의 월가 탈출 신호탄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자본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징후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잡지 포춘(Fortune)은 최근 홍콩 금융투자업계가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 여부에 고무돼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나스닥시장에 진출, 당시 기업공개(IPO)로 250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뉴욕증권거래소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번 홍콩증시 상장 검토는 알리바바의 자금 창구를 다양화하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알리바바는 홍콩증시 상장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언제든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홍콩증시 상장을 시도했지만 차등의결권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상장을 철회했다. 차등의결권이란 여러 종류의 보통주를 발행하고, 각 종류마다 다른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효율적이다. 당시 마윈(馬雲)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28명의 파트너들에게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중국의 국부를 미국에 빼앗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부 유출 논란에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해 6월 1일을 기점으로 상장제도를 바꾸고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의 기업들은 선전증권거래소(SZSE)를 포기하고 홍콩으로 몰리게 됐다.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복귀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중 관계를 대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 조치 이후 며칠 만에 나온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 관련 소식에 양국 간 충돌이 자본시장에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대표적. 실제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인 도유TV도 미국에서 예정된 5억 달러(약 594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연기했다.

미국 언론은 “알리바바가 세계 최고 수준의 IPO 기록을 세운 뒤 정치적 이유로 새로운 IPO를 준비한다”고 지적했다. 칼럼니스트 팀 컬판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황이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며 “집(중국)과 가까워 짐으로써 그들의 충성심이 베이징을 향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데뷔가 미·중 경제 통합의 이정표로 여겨졌던 것처럼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복귀는 중국 기업들의 월가 탈출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많은 중국 기업이 홍콩증시를 우회해 뉴욕증시에서 IPO를 진행하는 등 알리바바의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