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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미중 영향력 경쟁 통해 새로운 레버리지 확보

동남아, 미중 영향력 경쟁 통해 새로운 레버리지 확보

기사승인 2019. 06. 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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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가 미국과 중국 간 영향력 싸움으로 새로운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 지역에 공을 들이면서 여러 가지 옵션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또한 빠른 속도의 경제 성장을 통해 자체적인 ‘파이’를 확보하면서 굳이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를 양자택일 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가진 전략적 입지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는 톤레사프강을 가로질러 두 개의 ‘우정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캄보디아-일본의 우정의 다리, 다른 하나는 캄보디아-중국의 우정의 다리다. 거의 나란히 놓여진 이 다리들은 메콩강 인근 지역에 대한 최대 투자국 일본과 중국 사이의 경쟁 관계를 반영하는 상징과도 같다.

비단 프놈펜 뿐만이 아니다. 해안도시 시아누크빌에는 캄보디아 유일의 심해 항(港)이 있는데, 이 심해 항은 일본이 지난 20년 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것이다. 반면 시아누크빌에는 중국이 투자한 카지노를 비롯해 공사중인 건물들 또한 쉽게 눈에 띈다. 이 지역에 위치한 두 개의 대규모 산업지구도 하나는 일본, 하나는 중국이 자금을 댄 것이다.

이처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전역의 국가들이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 간 영향력 투쟁의 주요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약 1조 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중이거나 이미 완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확대는 미국은 물론 일본·인도·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에게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덩달아 이 지역 인프라 시설 및 안보 전략 구축에 나서도록 하는 효과를 야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들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추진중인 아시아 지역의 전략, 즉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경우 처음에는 아시아 지역의 안보·무역·법치주의 강화에 초점을 맞춘 느슨한 계획이었지만 갈수록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개발과 투자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2018년 말 해외민간투자공사(OPIC)가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 신흥국 인프라 투자·개발 용도 자금 600억 달러를 확보하는가 하면 같은해 일본 역시 500억 달러 규모의 해외개발 원조 정책인 ‘퀄리티 인프라’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인도와 호주까지 합세하면서 이 지역에 수천억 달러의 투자·원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동남아는 앉아서 잇속을 차리는 양상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나라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라들은 자국의 전략적 입지를 활용해 ‘을’에서 ‘갑’으로 거듭나려는 모습이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동맹국들이 앞다퉈 자신들이 더욱 좋은 ‘투자자’가 되주겠다며 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동남아 국가들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지렛대를 쥐어줬다고 시스워 프라모노 인도네시아 외무부 정책개발분석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아세안 내부에서 충분한 파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면서 “여기서 파이란 아세안의 전략적 위치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시장을 일컫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전보다 더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은 이제 동남아다. 시장도 여기 있고, 사람들도 여기 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말하는 것에 무조건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프라보노 센터장은 미·중 간 경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동남아의 ‘전략적 위치’를 팔면 된다. 하드 파워가 아니라 스마트 파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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