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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적응

[칼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적응

기사승인 2019. 06. 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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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인천이 이번 세기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주간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반 총장이 평소와 다르게 엄숙한 표정으로 비관적 전망을 하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해외토픽에서 피지·투발루·키리바시 등 해발고도 2~3m인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소식은 접해 보았지만, 인천광역시가 침수될 수 있다는 얘기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 총장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난 110년 동안 19㎝ 상승했고, 최근 상승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현재 속도로 가면 2100년 평균적으로 18~59㎝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는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가 동시에 녹을 경우 해수면이 77m나 상승할 수 있다는 절망적 견해도 있다. 인천광역시(해발고도 58m)가 물에 잠길 것이고, 해안선으로부터 100k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 재선에 성공한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상습침수 피해를 겪고 있는 수도 자카르타(해발고도 8m)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0.8~1.2℃ 상승했다. 만일 현재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면 30년 뒤 지구 평균 온도는 1.5~2℃ 오르고, 2100년쯤에는 최대 4.8℃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존하는 동식물 중 40%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농작물 수확량도 최대 80%까지 급감할 수 있다. 이에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작년 10월 특별보고서에서 2100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할 것을 건의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보다 45% 이상 줄이고 2050년까지 무배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약에도 불구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늘어나 작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331억 톤(이산화탄소톤)을 기록했다. 미국(3.1%), 중국(2.5%), 인도(4.5%)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높은 증가치를 보였다. 작년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24)에서 탄소배출 감축량 산정방식을 논의했지만 국가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후변화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면 이제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온실가스감축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기상이변을 많이 겪고 있는 개도국은 홍수와 산불 예방, 폭염과 혹한 대응 등 기후변화적응을 위한 선제적 투자 필요성이 더 크다.

작년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는 31.2일로 1994년 이후 24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한 농산물 피해액은 한해 1300억원을 넘었고, 홍수 범람에 따른 피해는 15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제 우리도 기후변화적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가까운 미래에 그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 기후변화적응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각국의 노력을 결집하여 국가 간 또는 다자간 기후변화적응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관련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여 각종 재난 예방과 기후변화적응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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