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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연대, 20년 만들었다”…‘여성시대’ 양희은, 특별한 소감(종합)

“보이지 않는 연대, 20년 만들었다”…‘여성시대’ 양희은, 특별한 소감(종합)

기사승인 2019. 06. 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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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양희은 /사진=정재훈 기자

 가수 양희은이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이끈 지 벌써 20년이 됐다. MBC는 양희은에게 '골든마우스상'을 수여하며 기쁨을 나눴다. 양희은은 "그저 하루가 쌓여 20년이 됐다. '여성시대'라는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계속 따며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는 소회를 전했다.


매주 오전 9시 5분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는 31년째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MBC의 장수 프로그램이다. 1975년 UN에서 세계여성의 해를 선포한 뒤 그 뜻을 따라 MBC에서 '임국희의 여성살롱'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988년 지금의 '여성시대'로 프로그램명이 바뀌었다.


양희은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을 맡으며 올해 DJ 20주년을 맞았다. MBC가 양희은에 수여한 '골든마우스상'은 오랜 세월 한결같이 MBC라디오와 함께 해온 최고의 진행자에게 전하는 상이다. MBC라디오는 1996년 6월 이 상을 제정하고 20년 이상 공헌한 진행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양희은은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여성시대'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년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절대 못했을 거다. 1~2년 정도 생각했는데 사연의 무게가 굉장히 무겁고 갱년기 때는 견디기가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 몸을 담구고 있으면 20년의 세월이 얼마 만큼인지 잘 모른다. 하루하루가 쌓인 것 뿐"이라며 "오래한 비결은 없다. 사람들은 가슴으로 편지를 써서 보낸다. 그런 사연들 덕분에 '여성시대'가 있다. 진행자로서의 기술은 필요 없다. 저는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양희은보다 먼저 '여성시대'를 이끌어온 박금선 작가는 1993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박 작가는 "둘째를 택시에 태우고 새 어린이집을 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이는 막 울고 나도 같이 울면서 택시를 탔었다. 아이를 보내고 택시를 타고 회사를 향하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 그때 택시기사가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며 틀어준 게 '여성시대'다. 눈물이 나면서 속으론 웃었다"라며 "청취자들도 이런 마음이겠구나 싶어 행복이 밀려왔다. 그 다음부터는 씩씩해질 수 있었다. '여성시대'는 그렇게 저에게 위로를 주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밝혔다.



양희은과 서경석 /사진=정재훈 기자

양희은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서경석은 "그저 '다섯 번째 남자'가 아닌 '양희은의 다섯 번째 남자'라 영광이다. 50번 째여도 감사했을 것"이라며 "양희은 선생님은 어마어마한 프로정신을 갖고 있다. 시간관념이 굉장히 철저하다. 식사시간도 절대 미루거나 당기시지 않는다. 그런 철저함이 오늘의 20년을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여성시대'를 맡은 지 3개월 정도가 된 강희구 PD는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강 PD는 "내가 감히 '여성시대'를 맡을 수 있을까 싶었다. MBC라디오 PD들에게 '여성시대'는 마음의 고향 같은 프로다"라며 "그래도 시작을 하니 작가님이나 양희은 선생님, 서경석 선배님과도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더라. 양희은은 안아드리고 싶을 때도 있고 안기고 싶을 때도 있는 존재다. 그런 관계가 서서히 생긴 것 같다. 이게 바로 '여성시대'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SNS나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형태의 매체가 사랑 받고 있는 현재 '여성시대'는 그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박 작가는 "누구나 마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곳이 있다. 현재에는 자신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라며 "그럼에도 오는 사연들을 보면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꼭 방송되지 않아도 된다'라는 분들이 많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마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시는 것 같다. 또 양희은 선생님 개인에게도 오는 편지가 많은데 안아줄 것 같고 비밀을 지켜줄 것 같고 약한 사람들을 대신해 누군가를 혼내줄 것 같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시대' 서경석(왼쪽부터), 박금선 작가, 양희은, 강희구 PD /사진=정재훈 기자

양희은 역시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가슴들이 있다. 라디오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자기객관화가 가능해진다. 안 보이는 연대가 거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성시대'가 주는 힘과 위로는 안 보이는 공감의 파도가 아닌가 싶다"고 꼽았다.


또한 양희은은 "TV를 보고 있으면 시선으로 많은 걸 빼앗긴다. 라디오는 말과 말 사이로 호흡 소리가 들리고 그런 것들로 인해 진실을 읽기 쉬운 매체다. 시선으로 많은 걸 뺏기지 않는다"고 말했고 서경석 역시 "라디오가 훨씬 다정한 것 같다. TV는 빠르고 세련됐다면 라디오는 따뜻하고 다정하다. 저는 둘 다 좋으니 언제든 불러달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는 '희재 엄마'라고 말한 양희은은 "말기암 환자였던 희재 엄마가 아들 생일을 축하해주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유방암이었기 때문에 글씨를 쓰는 것이 불편해 나흘에 걸쳐 편지를 썼다고 한다. 애청자들도 뜨거운 마음을 담아 함꼐 응원했다. 그래서 통화를 했고, 그 뒤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30주년 앨범을 준비 중이었는데 헌정하는 음반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여성시대'에 들어가는 '여성'의 의미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양희은은 ""'여성'의 이름을 내건다는 건 그 단어가 그만큼 모자라고 메꿀 때가 많다는 것, 아픔이 많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화를 내면서 왜 남성은 하루만 하냐고 따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처지고, 그게 보이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가는 거다"라며 "'여성'이라는 단어는 없어져야 한다. '여성'이나 '남성'을 구분하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그저 '사람'이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양희은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 없다. 연예계 생활 49년에 그런 적은 새 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빼고는 없었다. 사람이 뭘 안다고 계획을 하겠나"라며 "저는 따로 계약을 안 했다. 그만 두면 두는 거다. '여성시대'라는 자리를 힘으로 알고 휘두르려고 하면 그때 마이크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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