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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풍요와 쓰레기가 함께 흐르는 메콩강을 가다

[르포] 풍요와 쓰레기가 함께 흐르는 메콩강을 가다

기사승인 2019. 06. 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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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새우 절반이 생산되는 풍요의 상징 메콩강 지역, 수상쓰레기 문제 심각
"강에 버리면 자연이 알아서 해결해준다"…인식 낮아, 베트남 정부-한화그룹 메콩강 청소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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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티벳 고원에서 발원해 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메콩강은 그 길이가 장장 4350㎞에 달한다. 중국부터 동남아를 가로질러 흐른 메콩강의 기나긴 여정은 베트남에서 끝난다. 베트남에서 남중국해로 빠져나가는 아홉개의 지류는 흡사 아홉마리의 용과 같다하여 베트남에선 구룡(九龍)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남아를 가로질러 내려온 메콩강은 베트남에 큰 선물을 안긴다. 메콩강의 하류, 베트남 남서부에 형성된 삼각주는 총 면적은 2만2000㎢에 달할뿐만 아니라 상류에서 운반된 비옥한 흙 덕택에 쌀을 비롯한 각종 농사에 적합한 것은 물론 3모작까지도 가능한 천혜의 곡창지대를 선사한다.

메콩강이 형성한 메콩델타 지역은 베트남 쌀 생산량의 50%를,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는 핵심 농업생산 지역. 베트남이 세계 4위 수산물 생산대국인 데에도 메콩강의 기여가 크다. 베트남 쌀과 새우의 절반은 메콩델타에서 나오는만큼 풍요의 상징이다. 그러나 최근 메콩강에는 풍요 외의 것이 떠다닌다. 바로 각종 오폐물을 비롯한 쓰레기. 개발이 한창인 상류지역에서 떠내려 오는 것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까지, 풍요가 흐르던 메콩강엔 쓰레기가 흐른다. 베트남 당국도 쓰레기 문제를 인식, 한국 한화그룹과 함께 메콩강 청소 캠페인에 나섰다. 메콩강 9개의 지류 중 띠엔강·허우강 두 지류가 휘돌아 나가는 빈롱시,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 강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상…“자연이 해결해준다”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호찌민으로 2시간 이동, 호찌민에서 다시 차량으로 3시간 가량 이동해 빈롱시에 도착했다. 호찌민 인근 내륙을 달린지 2시간 40분이 지났을 무렵 큰 다리와 함께 넓은 메콩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콩강의 큰 지류인 띠엔강과 미투언 다리다.

빈롱시는 띠엔강과 허우강 사이에 위치해있다. 빈롱의 북쪽으로 직접 접하는 띠엔강은 다시 꼬찌엔 강으로 갈라진다. 꼬찌엔강은 다시 까이깜·꺼우로·롱호 세 개의 강을 만든다. 빈롱 시내를 지나는 이 세 개의 강에는 수상가옥들이 빼곡하다. 아예 배를 집처럼 개조해 사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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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태양광 보트 기증이 이루어졌던 빈롱 선착장 인근 롱호 강 유역의 모습. 강 유역 인근에 곳곳에 공사로 인한 흙더미와 함께 쓰레기언덕이 형성되어 있다. 몸을 씻거나 물을 기르는 주민들과 쓰레기를 던지는 주민들의 모습이 공존한다./사진=빈롱(호찌민) 정리나 특파원
강에서 나는 수산물과 삼각주 지역의 농업은 주민들의 주요 생계유지 수단으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도 해결한다. 그러나 동시에 주민들은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오폐물을 강에 그대로 흘려보낸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강 유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공사의 폐기물 역시 강에 떠내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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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이 지나는 빈롱의 모습. 긴 강가를 따라 장사하는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이들 노점상과 인근 식당, 가게에서는 쓰레기를 강에 던지는 것으로 ‘처리’한다./사진=빈롱(호찌민) 정리나 특파원
저녁 무렵, 식당들과 노점상들이 강가를 중심으로 영업에 나섰다. 노점상들의 장사는 늦은 저녁까지도 이루어졌다. 중간중간 식당 종업원들과 노점상들이 강가로 나가 무언가를 던졌다. 장사를 하다 나온 쓰레기들이었다. 손님들은 물론 지나가던 주민들도 쓰레기를 던졌다. “왜 강에 쓰레기를 버리냐”는 질문에 “길에 놔두면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나니까 강에 버리지, 어디에 버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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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롱 강 유역의 모습. 전날 강가를 중심으로 모여있던 노점상과 주민들이 쓰레기를 그대로 강에 버리고 갔다. 강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던 주민은 난간에 올려놓고 갔고, 낮 장사를 위해 나온 노점상들은 길 위에 남아있던 쓰레기를 강으로 던지기도 했다./사진=빈롱(호찌민) 정리나 특파원
베트남 당국과 한국기업이 함께 쓰레기 수거 보트로 메콩강 청소에 나선다는 소식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강가에서 식사를 하던 현지인들은 “괜한 짓을 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역주민 뚜언(54)씨는 “호수도 아니고… 강은 흘러가니까 괜찮다. 자연이 다 해결해주는데 뭣하러 굳이 그러냐”고 대답했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한다니 나도 강에 쓰레기를 버리진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다시 찾은 곳엔 전날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넷째로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국가다. 하루 평균 2500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는데 대부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메콩강을 통해 흘러가는 비중이 높은 상황. 바다로 흘러가는 90%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메콩강을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10개의 강을 통해 운반된다.

그러나 메콩강 인근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 오·폐수와 생활하수 방류는 지역 주민들에게 독으로 돌아오고 있다. 빈롱에서 활동중인 NGO단체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의 베트남 활동가 조용석(34)씨는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 질병 발생도 심각한 문제”라며 “바로 앞에 흐르는 메콩강의 심각한 문제를 도외시해선 안 될 것”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강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종종 악취가 풍기기도 했다.

◇ 메콩강 환경문제 해결…“인식개선과 최신기술의 결합 절실”
베트남 당국 역시 메콩강 수상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해결에 나섰으나 수거할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수상 쓰레기 증가를 막고자 쓰레기 매립지와 처리 공장을 세웠으나 쓰레기 수거-처리 및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빈롱시에서 가장 큰 프엉 타오 쓰레기 처리 공장마저 운영 부진을 이유로 폐쇄, 올해 초 새 주인을 찾았으나 별 진전이 없다.

예산이 있는 지역에서는 보트를 이용해 물 위의 쓰레기를 수동으로 수거하는데, 쓰레기 수거 선박에서 흘러나오는 디젤유·중유가 매연은 물론, 수질을 오염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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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기증한 쓰레기 수거 보트가 메콩강 부류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이 보트는 하루 6~7시간 메콩강을 오가며 대 당 280~300kg을 수거, 연간 200~220t의 부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사진=빈롱(호찌민) 정리나 특파원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은 시민들의 인식개선과 최신기술의 결합. 베트남 정부는 총리까지 나서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 제고를 촉구하는 한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최신 기술을 모색하고 있는 것. 베트남 환경부는 5일 한화와 함께 빈롱시 메콩강 캠페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화가 빈롱시에 기증한 두 척의 태양광 쓰레기 수거 보트는 100% 태양광을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 보트. 하루 6~7시간 운행이 가능해 대 당 하루 280~300kg를 수거, 보트 두 대가 연간 200~220t의 부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기증식에 참석한 응우옌 티 티엔 프엉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 과학기술국장은 “환경 문제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시민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며 “쓰레기 문제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민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태양광을 비롯한 최신 과학기술의 결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메콩강의 수상쓰레기 문제는 베트남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제로 현재 한국 같이 선진기술을 가진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중이다”며 해당 캠페인을 베트남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 전했다.

5일 빈롱 선착장에서 '클린업 메콩' 프로젝트에 참여, 메콩강
5일 빈롱 선착장에서 ‘클린업 메콩’ 프로젝트에 참여, 메콩강 청소에 참여한 베트남 대학생들의 모습./사진=빈롱(호찌민) 정리나 특파원
태양광 보트가 수상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한 5일, 빈롱 선착장에는 베트남 대학생들이 모여 함께 수상 쓰레기를 수거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흐엉(21)은 “환경보호 의식도 운동과 같이 연습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우리라도 먼저 나서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할 것”이라 전했다. 이날 수거한 쓰레기를 본 주민들 역시 놀란 기색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이 쉽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SNS 등을 통해 디지털 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크게 힘쓸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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