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유혈사태 대신 쌀국수 전쟁 나선 캄보디아 정치권

유혈사태 대신 쌀국수 전쟁 나선 캄보디아 정치권

기사승인 2019. 06. 10. 15:0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64205963_2382560371800682_7860159836695035904_n
지난 9일 각각 크메르 쌀국수 먹기 캠페인에 나선 훈센 캄보디아 총리(좌)와 삼랭시 캄보디아 구국당 전(前)대표(우). /사진=훈센 총리, 삼랭시 대표 페이스북 캡쳐
35년째 집권중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캄보디아 인민당(CPP)과 한때 제1야당이었다 해산된 캄보디아 구국당(CNRP)의 대립이 이색적인 국면에 접어 들었다. 한때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던 양측의 대립이 이번엔 캄보디아 쌀국수 ‘놈반쪽’을 놓고 진행되고 있는 것.

캄보디아 구국당은 한때 45%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의 최대 정적이었다. 하지만 캄보디아 대법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 2017년 11월 캄보디아 구국당을 반역죄로 강제 해산, 소속 정치인 118명의 피선거권을 5년 간 박탈하며 정치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삼랭시 전 대표 등 해외로 망명한 일부 지도자들과 국내 지지자들이 지금도 여전히 캄보디아 국내외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캄보디아 구국당의 당원이 운영하는 쌀국수집. 캄보디아 구국당에서 활동하던 신짠 쁘로제는 정당 해산 이후 북서부 바탐방 지역에 쌀국수집을 차렸다. 캄보디아 구국당 당원들은 그가 운영하는 쌀국수집에 모여 식사를 하며 삼랑시 전 대표를 비롯,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캄보디아 당국이 이 ‘쌀국수집 회동’을 정치적 집회로 보고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신잔 쁘로제를 비롯해 캄보디아 구국당의 당원 30여명을 소환하며 문제가 불거진 것.

캄보디아 구국당은 “쌀국수를 먹는 것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느냐”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곧 삼랑시 전 대표를 비롯한 캄보디아 구국당 지도자들은 정치적 연대의 일환으로 지난 9일 세계 각지에서 신잔 쁘로제가 팔던 쌀국수 놈반쪽을 먹자는 운동에 나섰다. 프랑스 파리에 망명중인 삼랑시 전 대표는 쌀국수 먹기 행사를 통해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캄보디아 구국당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쌀국수 파티를 멈출 수 없다”며 “이것으로 여당이 조금 더 관대해지고, 반대파(야당)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도 표명했다.

62367221_2265494350165716_9052731508715945984_n
9일(일요일), ‘크메르 쌀국수 먹기’의 날, 캄보디아 전역에서 시민들에게 쌀국수가 제공됐다. 시민들은 이날 지역 실무그룹 등에서 제공된 공짜 쌀국수를 즐겼다./사진=훈센 총리 페이스북 캡쳐
이 소식을 전해들은 훈센 총리 역시 맞대응에 나섰다. 9일을 ‘크메르(캄보디아의 옛 이름) 쌀국수 먹기의 날’로 정해 캄보디아 전국에서 놈반쪽을 먹는 캠페인을 전개한 것. “크메르 민족의 음식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라”며 “크메르 쌀국수는 분열·파괴가 아닌 단결과 결속의 상징”이라는 것이 그의 강변. 이뿐만 아니다. 훈센 총리는 직접 거리에서 놈반쪽을 먹는 한편 전국 실무그룹은 공짜 쌀국수를 제공했다.

자칫 캄보디아 구국당에 대한 지지와 반(反) 정부 움직임으로 번질 수 있었던 사안을 크메르 민족 정신을 제고하고 국민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로 삼은 셈이다. 훈센 총리는 특히 “쌀국수 먹기 캠페인이 반대파와의 협상을 향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캠페인을 캠페인 이외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9일은 순수하게 크메르 쌀국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얘기하는 날이었을 뿐이라는 것. 아울러 훈센 총리는 “놈 크록(떡)을 먹겠다면 우리도 놈 크록을 먹을 것”이라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훈센 정권과 야당의 대립은 다방면에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