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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대선 토카예프 압승…성공적 독재 권력 이양 사례 되나

카자흐 대선 토카예프 압승…성공적 독재 권력 이양 사례 되나

기사승인 2019. 06. 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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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치러진 카자흐스탄 조기대선 출구조사에서 현재 임시 대통령을 맡고 있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6)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지난 30년 간 카자흐스탄 대통령 자리를 홀로 차지해오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전격 사임한데 따른 것. 하지만 전 대통령의 사임에서부터 새 대통령 선출까지의 과정 전체가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계획된 독재 권력 연장 시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은 결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만큼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이미 2년 전 개헌을 통해 조정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여론연구소(Kogamdyk Pikir Institute)의 출구조사 결과, 여당 누르 오탄(조국의 빛)당의 후보로 추대받은 토카예프 임시 대통령이 70.13%를 득표해 다른 6명의 경쟁자를 큰 표차로 물리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평가됐던 민족주의 성향 울트 타그디리(국가의 운명)당의 아미르잔 코사노프 후보는 15.39%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30년 만에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였던 만큼 각지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와 누르술탄 등에서는 대선 당일 대규모 시위대가 모여 선거 보이콧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이번 선거가 오랜 기간 독재를 펼쳐온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배후 조종을 통해 계속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라면서 국민들이 이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5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백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람도 있었다.

앞서 지난 3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해 공화국이 된 이래 계속해서 정권을 잡아왔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자신의 측근이자 상원의장인 토카예프를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지난 4월 초 토카예프 임시 대통령은 6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그간의 권위주의 통치를 종식하고 새로운 민주적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그다지 자유롭거나 공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비평가들의 중론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지도자 교체는 사전에 신중하게 계획된데다 매우 통제된 상태에서 진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새 대통령이 갖게 될 권한 자체도 매우 제한적이다. 나제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2년 전 개헌으로 새 대통령의 권한은 상당히 약화됐으며, 대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NSC는 여전히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집권당 누르 오탄당의 당수 자리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몫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엘바시’, 즉 국가원수의 역할 역시 맡고 있어 헌법으로 생명과 금융 기밀권을 보장받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의 주요 정치 결정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자문을 받아야 하도록 돼 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이름도 2019년 3월 아스타나에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누르술탄으로 바뀌었다.

광물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 매장량도 막대한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요충지인 만큼 이번 대선은 이웃 나라들과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의 독재자들은 카자흐스탄이 과연 성공적으로 권력 이양을 이룸으로써 자신들의 긍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제사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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