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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 12일 만에 금리인하 가능성 ‘차단→시사’ 선회한 까닭은

이주열 총재, 12일 만에 금리인하 가능성 ‘차단→시사’ 선회한 까닭은

기사승인 2019. 06.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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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제69주년 기념사_사진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창립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은행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보름도 채 안돼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열흘여 동안 한은은 1분기 경제성장률을 한 차례 하향 수정한 -0.4%, 4월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첫 적자전환했다고 발표한 상태다.

12일 이 총재는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금리동결로 결론을 낸 직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금리인하설에 대해 선을 긋던 기조에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금리를 현행보다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까지 출현했지만, 당시 이 총재는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총재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것은 경기둔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둔화하며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83개월 만에 흑자행진 기록이 깨진 것이다.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덕분에 상품수지가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매년 4월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수급 적자를 수출이 상쇄해주지 못했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 -0.4%라는 수치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수출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이 총재도 이날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도 높아졌고, 반도체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보다도 대외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기존에 없던 표현으로,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즉,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러면서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내달 18일 금통위와 함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낮출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2.7%에서 2.6%로, 지난 4월엔 2.5%까지 지속 하향해 수정 전망했지만 여전히 국내외 기관 통틀어 가장 높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가 언제 어느정도 회복되느냐가 올해 경제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요인”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고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며 예상보다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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