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혐오 무법지대 인도 페이스북, 사회적 약자 대상 혐오 게시물 검열 안 돼…

혐오 무법지대 인도 페이스북, 사회적 약자 대상 혐오 게시물 검열 안 돼…

기사승인 2019. 06. 13. 16:5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카스트·성소수자·소수민족 대상 혐오 게시물 다수
페이스북, 언어·문화적 맥락 차이로 혐오 게시물 인지 어려워…
Facebook Research App <YONHAP NO-1362> (AP)
페이스북 로고./연합, AP
3억명의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의 최대 시장 인도에서 혐오 게시물이 판을 치고 있다. 카스트·성소수자(LGBT)·소수민족을 향한 다수의 혐오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 페이스북은 성적 노출·가짜 계정·테러 유발·스팸 광고 등이 포함된 글·사진·동영상 콘텐츠는 이용자가 신고하기 전에 99% 이상 삭제 조치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에 집중 투자했으며, 검열관(리뷰어)을 포함해 연인원 3만명을 투입해 악성 콘텐츠를 걸러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는 혐오 게시물의 검열을 강화해 온 페이스북이 인도를 포함한 비(非) 서방국가에는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12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의 혐오 게시물이 검열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시아 인권연구단체 이퀄리티 랩(Equality Labs)이 최근 1000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조사한 결과, 카스트·성소수자·소수민족을 향한 혐오 게시물의 93%가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게시물은 이미지·영상·밈의 형태로 퍼져 나갔으며, 사회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신상털기도 이뤄졌다. 밈이란 사진·영상에 유행어를 넣어 만든 것으로 일명 ‘짤방’이라고 불린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정치적 오보와 혐오 게시물을 대대적으로 삭제하는 등 검열 강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인도를 포함한 여타 지역에서는 소수집단에 대한 마녀사냥과 집단폭력을 부채질하는 혐오 게시물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에 따르면 인종·민족·국적·종교·성별 또는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것을 혐오 게시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혐오 정도를 1~3등급까지 분류해 특정 개인이나 그룹을 ‘벌레’, ‘인간 이하’, ‘범죄자’ 같은 표현으로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려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페이스북에는 개구리 페페를 1990년대 힌두교 민족주의자로 묘사한 밈과 야구 방망이를 아내들을 위한 ‘교육 도구’라고 명명한 혐오 게시물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뉴스와 정보의 주요 원천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퀄리티 랩은 이같은 혐오 게시물이 대규모 폭력의 방아쇠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페이스북은 신고 게시물에 대해 24시간 내 피드백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답변 시간은 48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도 시민단체들은 페이스북에 혐오 게시물을 알리기도 어렵고, 삭제 기준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현지 언어에 능통한 직원을 고용하고, 콘텐츠 검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혐오 게시물 문제가 공론화되자 페이스북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인지하는 즉시 혐오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어적, 문화적 맥락 차이에 따른 혐오 게시물을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인도의 공용어를 능숙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인도의 공용어는 힌두어와 영어를 포함해 14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