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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서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말 잘 읽어야

[사설] 북한, “서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말 잘 읽어야

기사승인 2019. 06.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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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년이 되는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핵과 관련, “제재를 유지하고, 서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고, 북한과 “매우 잘해나갈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서둘지 않겠다는 말을 4번이나 한 것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트럼프의 말은 북한 문제가 잘 풀릴 것으로 기대는 하면서도 제재의 끈을 놓지 않고, 서둘지도 않겠다는 뜻이다.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옥죄고 있기 때문에 급할 게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여유를 부릴수록 북한은 다급해질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연말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비핵화 문제를 다시 생각하거나 새로운 길을 간다고 수차례 엄포를 놓은 상태다. 잠시 중지했던 핵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3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어도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서로 상대방에게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접촉점을 찾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조속한 만남을 촉구했다. 트럼프의 한국 방문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가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에게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될 것이다.

남북회담이나 북·미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를 긍정적으로 풀어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을 견인할 만한 결정적 계기는 없는 상태다. 현 시점에서 남·북·미의 서먹한 관계를 6·12 북·미 회담 당시의 기대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북한은 미국의 뜻을 잘 읽고, 비핵화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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