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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 격화에 기업들도 바짝 긴장, ‘아시아 금융 중심지’ 위상 흔들

홍콩 민주화 시위 격화에 기업들도 바짝 긴장, ‘아시아 금융 중심지’ 위상 흔들

기사승인 2019. 06. 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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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반대하며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홍콩의 글로벌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이 개정되면 자신들 역시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홍콩의 자율성과 사법 독립성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경우 홍콩은 아시아의 관문이자 금융·상업 중심지로서 갖고 있던 메리트를 상당부분 잃게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홍콩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들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혹시나 입을 잘못 놀렸다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 그러나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보다 안전한 기반으로써 홍콩을 선택했던 외국인 컨설턴트와 투자자·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가 암암리에 퍼져 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다른 아시아 증시는 비교적 조용했던 반면 이날 홍콩 증시는 1.7%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HSBC와 딜로이트 등 글로벌 금융회사 직원들은 교통체증과 안전에 대한 우려로 회사로부터 재택근무 지시를 받기도 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프리마베라 캐피털그룹 설립자 프레드 후는 “재계와 금융계는 이번 사태가 홍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사법 독립성과 개인의 자유가 저하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는 추락하고, 글로벌 비즈니스·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미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기업의 신뢰도가 저하되는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주 부동산 개발업체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사회 모순과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14억 달러 규모의 카이탁 공항 부지 입찰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법이 개정될 경우 중국과 세계를 잇는 관문으로서의 홍콩 위상은 여러모로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던 당시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기치 하에 홍콩의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간선제를 통해 홍콩의 행정수반을 선출하는데 관여하는 등 효과적으로 통제해 왔지만 적어도 홍콩은 발언의 자유와 사법 독립성이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중국 본토에 비해 기업에 대한 규제도 훨씬 적으며,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에 판단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에 중국 본사 혹은 아시아 본사를 세운 것은 대체로 이 때문이다. 덕분에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상업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홍콩의 입지는 이미 어느 정도 약화된 상황.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시위와 사회 불안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의 기업인 응답자 절반 이상이 홍콩의 법치주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홍콩이 미·중 간의 협상카드(bargaining chip)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홍콩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또 한가지 우려는 미국이 더 이상 홍콩을 예외적인 경우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다룰 수 있다는 점.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재평가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미국-홍콩 정책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 만들어진 미국-홍콩 정책법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구별되는 독립체로서 홍콩과 무역·경제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지위를 잃게 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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