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유조선 피격 배후 둘러싼 미국·사우디vs이란 대립 격화

유조선 피격 배후 둘러싼 미국·사우디vs이란 대립 격화

기사승인 2019. 06. 16. 16:3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basic_2018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앞바다에서 유조선 4척이 의문의 사보타주 공격을 받은지 한 달 만인 지난 13일(현지시간) 오만만 인근에서 다시 한 번 유조선 2척이 어뢰로 추정되는 물체에 피습을 당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근거도 없이 성급하게 이란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결정적 증거가 없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인근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BBC방송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피격 유조선 2척 중 하나인 프런트 알타이르호에 탑승했던 선원 23명이 이란에 신병이 인도된지 이틀만인 15일 전원 이란을 떠나 UAE 두바이에 도착했다. 선원들은 이곳에서 곧장 고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인 노르웨이의 프런트라인은 “배에 탑승했던 선원들은 모두 이란에 체류하는 동안 보살핌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런트 알타이르호 선원들의 국적은 러시아인과 필리핀인 각각 11명, 조지아인 1명 등 총 23명이다. 이들은 당시 어뢰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구조 요청을 한 끝에 마침 인근을 지나던 현대상선 소속 현대 두바이호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현대 두바이호는 구조 후 나타난 이란 해상구조대 보트의 요구에 따라 선원들의 신병을 이란에 인도했다. 다른 한 척인 일본의 코쿠카커레이저스호의 선원들도 전원 구조됐다. 사건 당시 프런트 알타이어호는 석유제품인 나프타를 싣고 UAE에서 대만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코쿠카커레이저스호는 사우디에서 싱가포르로 메탄올을 운반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번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군은 유조선 피습 후 이란 혁명수비대의 소형 쾌속정이 사건 해역 인근에서 목격됐으며, 이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 코쿠카커레이저스호에 부착된 불발 어뢰를 제거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며 동영상을 증거로 공개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이란이 유조선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역내 긴장이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어떠한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2일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사우디와 UAE 유조선 4척이 의문의 공격을 받은 바 있는데, 사우디는 이 사건의 배후 역시 이란으로 지목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이 지역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나 주권·영토·핵심 이해관계에 위협을 가하는 이가 있다면 어떠한 조치도 서슴지 않고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연루된 바가 전혀 없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없이 서둘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쿠카커레이저스호의 선주인 코쿠카산업의 유타카 가타다 회장 역시 “선원들은 배가 비행 물체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고 보고했다”며 어뢰 공격설을 부인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만일 (미국의 주장대로) 이란이 인명의 희생없이 유조선을 어뢰로 공격할 수 있다면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도 전세계 석유공급에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란이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노선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워싱턴의 매파들은 ‘최대의 압박’으로 이란의 최고 권력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