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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반중-민주화 요구 넘어 일국양제도 흔들

홍콩 시위, 반중-민주화 요구 넘어 일국양제도 흔들

기사승인 2019. 06. 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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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피해자는 시진핑이라는 평가 확산
중국 본토로 범죄 혐의자 인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반중(反中), 그리고 민주화 요구 시위로 확산되면서 중국이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중 정서가 고착돼 홍콩에 적용되고 있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원칙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나아가 아시아의 금융·무역 허브라는 홍콩의 위상도 뿌리채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 반중 구호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제공=싱다오르바오
베이징 소식통의 17일 전언에 따르면 이른바 반송중(反送中·중국 송환 반대)이라는 슬로건 하에 지난 9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의 당초 목적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의 철폐였다. 9일과 10일 홍콩 도심에 모인 103만명 시위대의 주장도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개정안 심의 무한 연기를 발표한 15일 이후에도 무려 200여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 얘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시위대 일부가 “시진핑(習近平) 물러나라, 홍콩 정부는 중국의 괴뢰 정부다”라는 반중 및 민주화 요구 구호를 외친 것을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홍콩시티대학에 재학중인 20대 중반의 창(張) 모씨는 “일국양제가 허울뿐인 상황에서 홍콩은 이제 희망이 없다고 해야 한다. 홍콩 시민들은 더 이상 중국 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투쟁해야 한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홍콩 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심의가 철폐되더라도 홍콩의 반중 감정과 민주화 요구는 여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홍콩 시민들이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홍콩이 급속도로 중국화되고 있는 현실을 꼽아야 한다. 이는 중국에서 이주해온 인구가 100만명에 가깝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무작정 찬양하는 애국주의 교육의 확산, 그리고 행정장관 직선제 불허 등의 현실까지 더할 경우 홍콩은 이제 중국이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완전히 종속됐다는 홍콩 시민들의 불만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지난 1997년 주권이 이양되기 직전만 해도 이웃한 광둥(廣東)성의 경제 규모는 홍콩에 많이 못 미쳤다. 그러나 지금은 광둥성의 경제특구인 선전의 경제 규모만 해도 홍콩을 앞지르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60%도 중국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없다.

1997년 이후 부쩍 심해진 빈부격차도 꼽지 않으면 안 된다. 빈곤 인구가 무려 전체 인구의 20%에 이르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10㎡도 되지 않는 도심 미니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00만 홍콩달러(약 15억원)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근로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34.5 홍콩달러(약 5230원)에 불과하다. 가난한 시민들은 죽지 못해 산다고 해도 좋다. 베이징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홍콩 시민 람(林) 모씨는 “우리 가족은 홍콩에서 살기 어려워 베이징으로 이주했다. 베이징의 부동산과 물가도 보통은 아니지만 홍콩에 비하면 양반이다. 주위 지인들 중에는 노숙하는 분들도 있다. 홍콩의 기후가 아열대에 속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자들에게는 축복이 되고 있다”면서 가난한 홍콩 시민들이 직면한 현실을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홍콩 시위 분위기는 아슬아슬하다.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중국 당정의 고위층 일부가 광둥성에 머무르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것도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콩의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말이 외신 일부에서 나도는 것도 괜한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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