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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거취 딜레마에 고심

중국,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거취 딜레마에 고심

기사승인 2019. 06. 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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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식물 장관 돼 중국으로서는 계륵
중국 정부가 보름 가까이 이어진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로 사실상 레임덕 상태가 돼 버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의 거취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생각대로 하자면 사퇴 요구에 직면한 골수 친중파인 그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면서 사태를 잠재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래서는 안 되는 쪽으로 흘러 딜레마에 빠지는 모양새다. 사태 초반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일변도의 행보를 펼쳐 중국 정부를 흡족하게 했던 람 장관이 이제는 계륵 신세가 됐다고 해도 될 듯 하다.

홍콩
홍콩 시민들이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제공=싱다오르바오
베이징 소식통의 19일 전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사태 초반만 해도 중국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한 람 장관의 강경 대처에 적극 지지를 보냈다. 당정 최고 지도부 내부에서는 “그동안 네 명의 행정장관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훌륭히 사태를 해결하고 있다”는 칭찬까지 나돈 것으로 알려졌다. 외견적으로도 아직은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루캉(陸慷) 대변인이 “중앙 정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을 계속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밝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람 장관 역시 이에 고무된 듯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하려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사죄하면서도 “남은 3년의 임기를 마쳐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고자 한다”는 입장을 덧붙여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람 장관의 사퇴는 실현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밖으로 보이는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람 장관이 시위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중국 정부에까지 부담을 줬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도 좋다. 여기에 28∼29일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 큰 부담을 안긴 사실은 그에 대한 신뢰를 철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결정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홍콩 시민들 대다수는 람 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은 사퇴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의 P모 기자는 “람 장관은 골수 강경파로 유명했다. 정무사장(장관)으로 일할 때도 홍콩 시민들의 수차례 시위를 강경 진입한 바 있다. 시 주석을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면서 홍콩 시민들의 람 장관 거부 정서를 전했다.

당초 이번 시위는 ‘반송중(反送中·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으로 불린 단순한 집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람 장관의 강력 대처 원칙에 따라 홍콩 경찰이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반중 시위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동안 금기시 되어 온 ‘홍콩 독립’ 구호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사태를 수수방관할 상황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자칫 상황이 더욱 겉잡기 어려운 상태에 직면, 이웃한 대만과 마카오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람 장관에 대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일부 외신들이 람 장관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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