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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신탁계약으로 자사주 매입 선택한 배경은

하나금융, 신탁계약으로 자사주 매입 선택한 배경은

기사승인 2019. 06.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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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의 취득으로 상승 기대감에도
직접매입보다 효과 약하고 금액 적어
"추가 부양 지속적인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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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저평가된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부양에 나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추가적인 주가 부양방안을 내놔야한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의 선택한 신탁계약 방식의 자사주 매입은 직접 매입보다 주가부양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자사주 매입 규모 역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보다 작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KB증권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이달 24일부터 내년 6월 23일까지 1년간이다. 하나금융은 2005년 지주 출범 이후 2008년에 1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때도 신탁계약 방식으로 진행했다.

신탁계약 방식의 자사주 매입은 금융지주사들이 애용하는 수단이다. 규제가 적은 데다 주식 매입 과정에서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받아야 하는데, 직접 매입은 이사회 결의 이후 3개월 이내에 완료돼야 한다. 반면 신탁계약은 최대 1년 동안 매입할 수 있다. 계약기간 연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 매입이 부담되면 취득을 보류할 수 있다. 또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면 6개월간 거래가 제한되지만 신탁계약은 거래 제한 기간이 1달로 상대적으로 짧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접 매입은 3개월 이내에 목표 수량 매입을 끝내야 하는 만큼 제한 요소가 많다”면서 “신탁계약 방식은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고, 계약기간 내에만 매입을 완료하면 되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이 방식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가를 올리겠다는 김 회장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은 신한금융이나 KB금융과 비교해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달 18일 종가 기준 하나금융 주가는 3만7500원으로 신한금융(4만5600원)과 KB금융(4만4700원)보다 낮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서도 신한금융(21조8600억원)은 7위로 시총이 가장 높았고, KB금융(19조1000억원)도 13번째였다. 하나금융(11조2000억원)의 시총은 신한금융의 절반 수준으로, 27위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순자산비율(PBR)와 주가수익비율(PER)도 하나금융이 가장 낮았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청산가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PER은 주가를 주당이익으로 나눈 것인데,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배가 되는 지를 나타낸다. 신한금융의 PBR과 PER은 0.60배와 6.85배였고, KB금융은 0.51배와 6.11배였다. 반면 하나금융은 0.43배와 5.03배로 세 금융지주 중 가장 낮게 평가됐다.

이에 하나금융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그러나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이보다 먼저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가 부양을 진행해왔다. KB금융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신한금융도 2001년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2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추가로 4000억원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취득 방식도 직접 취득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신탁계약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주가가 기대만큼 오를지 의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주가 제고를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지속 추진해 왔다”며 “하나금융은 2008년 이후 자사주를 매입한 사례가 없었고 이번에도 다른 지주사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데, 주가부양 노력을 지속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한다”고 말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자기주식 매입 결정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주주가치제고 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번 자사주 매입 외에 주가 제고 방안으로 중간배당도 실시한다. 배당성향도 2017년 22.5%에서 지난해 25.5%로 높이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주 출범 이후 중간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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