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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소설에 빠지다

실학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소설에 빠지다

기사승인 2019. 06. 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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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放刻本)과 소설' 개최
조선시대 여인들, 비녀팔고 팔찌팔아 소설을 읽었다고...
배꼽 잡는 전기수 ...소설 듣고 세상도 알고
판각중인 책판 및 판각 도구
판각중인 책판 및 판각 도구/ 제공 = 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박희주)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부터 8월 25일까지 기념전 ‘방각본과 소설’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조선 후기 사회의 변화 중 문학 영역, 특히 소설 분야에서 일어났던 흐름을 살펴보고 이러한 사조가 당시 민중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해보고자 마련됐다.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양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줬던 조세제도의 변화로 화폐의 사용과 함께 활발한 상거래가 이루어졌다. 또한 다양한 수공업의 발달로 경제적, 시간적으로 넉넉해진 중인층들은 보다 품격 있는 새로운 문화향유거리를 찾게 됐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소설은 후기에 들어 가장 선호하는 여가 종목이 됐으며 신분과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됐다.

요즘 여자들이 다투면서 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설뿐인데 이것이 숭앙을 받는다. 중략... 부녀들은 견식이 없어서 혹 비녀나 팔찌를 팔기도 하고 혹은 빚을 얻어서 서로 다투어 빌리러 와 긴 날을 보내니 살림의지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러한 수요층의 증가로 그동안 천자문(千字文), 동몽선습(童蒙先習), 사서(四書)와 같은 교과서를 판각하던 방각본 업자들은 소설의 대량생산을 통한 소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에 나타난 것이 방각본 소설이었다.

현재까지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한문소설 구운몽(九雲夢)과 한글소설 소대성전(蘇大成傳)이 처음으로 인쇄 유통됐다. 상업적인 가치로서 방각본 소설의 성패는 당시 경제적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소설의 상품화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졌기에 자연히 수공업이 발달한 대도시에 출판이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대표적이 곳이 서울, 안성, 전주였다.

이렇게 소설의 상품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다보니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독자층은 더욱더 확대돼 갔다. 뿐만 아니라 직업으로서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와 책비(冊婢)의 출현, 소설을 극화해 연출하는 판소리 광대의 등장으로 그동안 소설을 접할 수 없었던 문맹 층에서도 소설을 향유할 수 있게 됐고, 서울에서는 책을 빌려주는 세책가(貰冊家)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설 향유 층의 확산으로 불합리한 사회 모순이나 악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됐으며 따라서 방각본 소설은 당시 백성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글이 기록매체로서 자리매김 하는데 기여를 했다.

이번 전시는 제1부 ‘판각으로 소설을 찍어내다-방각본 소설의 등장’ 제2부 ‘비녀 팔고 팔찌 팔아 소설을 읽다-방각본 소설의 확산’ 제3부 ]소설을 들으며 깨우치다-방각본 소설의 의의‘로 나누어 진행되며, 전시 패널에 삽화를 넣어 전시의 이해를 돕고 보다 유익한 관람을 위해 관련 영상물을 상영한다.

담당 학예연구사는 “조선후기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 문학(소설) 분야의 흐름에 대해 알아보고, 민중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실학과 소설의 접점을 살펴보는 유익한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전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는 27일 오후 2~4시까지 임성래 교수(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를 초청해 조선후기 문화적 생활상을 재조명하고 연계성을 알아보는 ‘방각본과 소설’ 특강을 진행한다. 문의는 031-579-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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