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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도 감수하겠다는 메이드 인 베트남 자동차의 속내

적자도 감수하겠다는 메이드 인 베트남 자동차의 속내

기사승인 2019. 06. 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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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패스트 "내수시장 공략 위해 수익 없고 적자까지 발생하는 초기 상황 감수"
첨단 제조업과 고차원 산업구조로 이동하겠다는 베트남 정부 열망과 맞물려 빈그룹-정부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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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내의 빈패스트 광고. ‘베트남의 정신을 맹렬하게’와 같은 슬로건을 내세워 베트남 국산 자동차란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베트남의 자동차 업체인 빈패스트가 지난 14일 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고객들에게 첫 번째 차량인 파딜(Fadil)을 인도했다. 하지만 빈패스트는 향후 몇 년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 않고, 모기업인 빈그룹은 생산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베트남 정부까지 나서 ‘메이드 인 베트남’ 자동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조만간 거대시장으로 거듭날 내수시장 확보를 노리는 빈패스트와 빈그룹,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체제 유지에 필요한 가시적 성과로 삼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 비지니스 서밋에서 레 티 투 투이 빈패스트 사장은 “현재 우리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가 팔고 있는 자동차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투이 사장의 말처럼 현재 빈패스트는 제조비용을 제하고 나면 수익이 남지 않는 상황. 그러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초기 상황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빈패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은 아예 2~5년간 빈패스트에 생산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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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빈홈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빈패스트 광고물. 빈그룹은 건설·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빈홈 등 타계열 자회사들을 동원해 빈패스트 홍보에 나서고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투이 사장은 “우리는 베트남 내수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며 “브랜드에 민감한 베트남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도요타·포드·혼다와 같은 거대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는 첫 번째 자동차를 원가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베트남의 자동차 보급률은 매우 낮다. 태국의 10%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앞으로 몇 년 안에 태국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향후 몇 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까지 감수하며 메이드 인 베트남 자동차에 매달리는 것은 빈패스트와 빈그룹을 넘어 베트남 정부의 열망이기 때문이다.

빈패스트의 전략은 정부 차원에서 내세웠던 ‘메이크 인 베트남’(Make in Vietnam)이라는 슬로건과도 통한다. ‘메이크 인 베트남’은 ‘메이드 인 베트남’보다도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단순 생산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창조되고 설계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 여기엔 1·2차산업에서 첨단 제조업과 고도의 서비스 산업을 포함하는 고차원의 산업구조로 이동하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비전이 담겨있다. 산업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가는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 접어든 이후 성장 동력이 부족해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산업.

빈패스트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초기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것 역시 베트남 정부가 제공하는 대규모의 세제 감면 덕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역시 이례적일 정도로 지원에 나서 세간에서는 “빈패스트는 쫑 서기장이 후원하고, 푹 총리가 물건을 판다”는 말이 나돌 정도.

이같은 행보는 자국 기업을 양성해 외국기업 제품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내수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베트남 정부와 빈그룹 모두 상생하고 있는 셈”이라며 “빈그룹이 베트남 전역에서 어마어마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정부 덕분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체제 유지의 명분에 필요한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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