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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생존자 스스로 세상 등져…도봉산서 발견

용산참사 생존자 스스로 세상 등져…도봉산서 발견

기사승인 2019. 06. 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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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경찰서
서울 도봉경찰서 전경. /아시아투데이 DB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김모씨(49)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망루 농성에 참여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 23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도봉산 천축사 인근에서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2일 저녁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사라져도 자책하지 말라”라는 말을 남겼다.

김씨의 유족들은 다음날 오전까지 김씨가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으나 김씨의 선택을 막지는 못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24일 ‘규명되지 못한 진실, 처벌할 수 없다는 책임자들…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피해자들의 10년’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김씨가) 평소 고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출소 후 가족들에 용산참사 트라우마를 호소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최근 트라우마로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 성명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용산4구역 철거민으로 지난 2009년 강제철거에 내몰려 망루농성에 참여, 이로 인해 구속됐다. 김씨는 3년 9개월 수감 생활 후 가석방돼 지난 2012년 출소했다.

또한 김씨는 출소 이후 높은 건물로 배달 일을 갈 때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등 트라우마로 괴로워했으며 최근 증세가 나빠져 병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라며 “10년이 지나도록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철거민들에게만 죽음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쓴 채 살아가도록 떠민 경찰과 검찰과 건설자본, 국가가 그를 죽였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검·경 조사위 권고가 이행돼야 한다”라며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 언론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들이 사과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09년 1월 19일 발생한 용산참사는 재개발 관련 농성을 위해 서울 용산구 남일당 옥상에 세워진 망루에서 철거민 30여명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당시 화재로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졌으며 24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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