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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낙토 입지 흔들리는 中 엑소더스 행렬

제조업 낙토 입지 흔들리는 中 엑소더스 행렬

기사승인 2019. 06. 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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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면서 중국의 제조업 낙토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제조업 대국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도 종언을 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려온 중국 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폭스콘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애플 하청업체인 폭스콘 전경. 해외 이전 대상 중의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제공=폭스콘 홈페이지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는 탈(脫) 중국 행렬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애플을 꼽을 수 있다. 자사의 위탁생산 회사인 대만계 폭스콘(중국명: 푸스캉·富士康)을 통해 생산해 오던 스마트폰의 최대 30%를 최근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상황도 애플과 비슷하다. 스마트홈 기기인 네스트 온도계 및 서버 등 하드웨어 생산시설 일부를 대만과 말레이시아 등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닌텐도의 경우 게임기 스위치를 최근까지 중국에서만 생산했지만 최근 동남아시아로 라인 일부를 옮겼다. 샤프도 PC 생산 거점을 대만이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자전거 업체인 대만의 자이언트는 더욱 발이 빠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자마자 중국 내 공장 6개 중 1개를 패쇄한 후 대만에서 미국 시장용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 최대 유통업체인 까르푸라고 용 빼는 재주가 없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외국 유통업체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듯 중국 내 법인을 정리하고 있다. 지분 80%를 최대 가전 유통업체 쑤닝(蘇寧)에 6억2000만 유로(약 8200억원)에 매각하고 20%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우선 삼성전자를 꼽아야 할 것 같다. 톈진(天津)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과 인도로 옮길 예정으로 있다. 또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공장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 역시 거론해야 한다. 최근 저장성(浙江省)의 냉장고 생산시설을 한국으로 이전했다.

제2의 본사를 세운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철수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 1공장을 가동 중단한데 그치지 않고 핵심 생산설비를 아예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중국 내 판매 실적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베이징의 2, 3공장과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 충칭(重慶) 공장의 폐쇄 및 이전까지 고려한다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내부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의 기아자동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설 경우 지체없이 결단을 내릴 예정이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멈추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분위기로 볼 때 그럴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최근 중국 소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만 봐도 이같은 분위기는 바로 읽힌다. 회원사의 40%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거나 그럴 생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자 중국 당국은 당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CEO들을 초치, 떠나지 말 것을 읍소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노동자 임금의 폭발적 상승, 각종 혜택 폐지 등의 요인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까지 폭발한 상황에서 이윤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그대로 머무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조업 낙토라는 명성을 반납해야 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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