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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S-400 갈등 터키, 무기 국산화가 배경

미국과 S-400 갈등 터키, 무기 국산화가 배경

기사승인 2019. 06. 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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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미국과 터키가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요격미사일) S-400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터키는 S-400과 함께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35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는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센 것. 터키 땅에 S-400과 F-35가 함께 있게 될 경우 S-400 레이더가 F-35를 탐지하는 기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터키는 S-400 도입을 강행하고 있는데, 배경에는 ‘무기 국산화’가 자리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터키는 최근 20년 간 무기의 국산화율을 대폭 높였다. 지난 4월 30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 박람회 개막식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0년대 초 20%에 그쳤던 터키의 무기 국산화율이 최근 7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터키가 생산하고 있는 무기는 공격형 헬리콥터·장갑차 등에서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터키의 무기 수출은 87억6000만 달러(약 10조1920억원)로 지난 10년 간 2.6배 증가했다. 주요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파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이다.

터키가 무기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미국에 대한 신뢰 부재(不在)가 깔려있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키프로스는 그리스계와 튀르크계의 충돌로 혼란을 겪던 중 1974년 그리스계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군이 침공해 북부를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의회는 터키가 침공 행위에 미국산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미국 법을 위반했다고 결정, 제럴드 포드 행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터키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취했다. 무기금수 조치는 4년 후 이란에 반미적인 종교 정권이 권력을 잡은 뒤에야 철회됐다. 이 때의 충격이 무기 국산화에 공을 들이는 기원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기를 미국에 의존하면 자국이 내리는 결정에 일일이 미국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도 한 몫 하고 있다. 터키 경제외교대책센터의 장 카사폴 연구원은 “무기의 국산화율이 높아질수록 터키 정부는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은 지난달 터키가 무기를 사기만 해야 하는데 신물이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터키는 항상 (무기를) 사고, 미국은 생산한다는 개념은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1980~1990년대에는 터키의 경제적 혼란으로 무기 국산화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2002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후 무기 국산화는 속도를 내고 있다. 터키는 이란과 시리아 등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높아지자 미국에 패트리엇 미사일의 기술이전과 공동생산, 재정지원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가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해 유명해진 패트리엇 미사일 대신 러시아산 S-400 도입에 나선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터키가 미국의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S-400에 집착하는 것은 S-400의 상위 버전인 S-500의 공동생산과 기술이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 실제 지난달 18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S-500을 러시아와 공동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500은 사정거리 600km로 현존하는 요격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우수한 성능에 비해 가격은 저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400도 패트리엇 미사일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미국은 7월 말까지 S-400 도입을 포기하라며 최후 통첩을 보낸 상황. 물론 터키 내에서 미국과의 갈등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휴대 무전기조차 미국제였던 1974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S-400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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