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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필리핀 ‘송금 시장’, 신흥 기업들 사업 확대 경쟁

불붙는 필리핀 ‘송금 시장’, 신흥 기업들 사업 확대 경쟁

기사승인 2019. 06.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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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의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동의 카타르에서 일하는 필리핀 해외 이주 노동자 조에린 바루윳(29)은 매달 필리핀의 가족들에게 3500카타르리얄(약 110만원)을 송금한다. 은행이 아닌 송금 전문업체를 통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돈을 보내면 가족들은 20분 만에 돈을 받을 수 있다. 필리핀은 조에린의 경우처럼 해외 이주 노동자가 많아 송금되는 돈의 규모도 크다. 이에 송금 전문업체들이 몰리며 새로운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해외 송금을 해주던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일처리를 무기로 시장을 점령해 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송금시장에서 송금 전문업체들이 사업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의 국경을 건넌 해외 송금액 규모는 6890억 달러(약 796조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인도·중국·멕시코에 이어 해외 송금액 규모 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필리핀의 해외 이주 노동자가 많기 때문. 지난해 필리핀 해외 이주 노동자의 본국 송금액은 280억 달러(약 32조43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세로 필리핀은 송금 전문업체들이 스마트폰 앱 등 첨단기술을 겨루는 유망 시장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매월 40억 파운드(약 5조8730억원)를 취급하는 영국 트랜스와이즈(TransferWise)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책임자 벵카테쉬 사하는 “필리핀은 아시아 최대의 송금시장 가운데 하나다. 송금액은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와이즈 이외에도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월드레밋(WorldRemit)·미국 레밋틀리(Remitly) 등 송금 전문업체들이 필리핀 송금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송금 전문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A씨가 트랜스와이즈를 이용해 베트남에 사는 B씨 앞으로 100달러를 송금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그러면 트랜스와이즈는 일단 필리핀에서 100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이 100달러는 필리핀에 두고, 베트남 트랜스와이즈 지부에서 100달러를 B씨에게 송금하는 방식이다. 수수료는 1~3% 정도. 트랜스와이즈 같은 송금 전문업 체가 등장하기 전 해외 송금은 스위프트 중개망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1973년 은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스위프트는 전세계 1만10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어 리스크가 적다는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한 번의 송금에 여러 중개은행을 거쳐야 해 수수료(8~15%)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고 저렴한 송금 전문업체들이 뜨고 있는 것.

송금 전문업체들이 필리핀에서 신속히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또다른 요인은 전국 현금 네트워크. 필리핀은 인구 60% 정도가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아 서민의 은행 역할을 하는 전당포가 전국에 1만8000개나 있다. 송금 전문업체들은 전당포와 협력해 현금 송금을 보다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paypal) 산하의 줌(Xoom)은 필리핀에서 전당포 등 1만8000개의 현금 네트워크를 구축, 무료로 현금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송금 서비스를 하는 송금 전문업체도 늘고 있다. 필리핀의 코인스닷피에이치(Coins.ph)는 스마트폰 앱으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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