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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 발전소 스캔들…중국, 자금력 앞세워 중앙아 영향력 확대

키르기스 발전소 스캔들…중국, 자금력 앞세워 중앙아 영향력 확대

기사승인 2019. 07. 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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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한겨울이던 지난 1월 말 발전소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혹한 속에 시민들이 난방과 전력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발전소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2013년 당시 중국의 압력으로 제대로 된 입찰과정 없이 중국 업체가 발전소 재건 시공업체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부상한 것.

뉴욕타임스(NYT)와 디플로맷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당국은 비슈케크 발전소 스캔들과 관련해 지난 5월 사파르 이사코프 전 총리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2013년 당시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비슈케크 발전소의 노후화가 심해져 더 이상 재건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수 억 달러를 투입해 발전소를 재건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은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국가안보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점에 에너지부와 외무부에 중국 대사관의 서한이 도착했다. 서한은 TBEA라는 중국 업체를 강하게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중국은 발전소 재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TBEA가 이 사업의 계약자로 선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결국 이사코프 전 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경험이 더 많은 러시아 국영전력기업 인터라오 대신 TBEA를 선택했다. 공정하지 못한 입찰을 통해 재건된 발전소는 결국 문제를 일으켰고, 이사코프 전 총리와 해당 관료들은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부정입찰과 가격 부풀리기로 키르기스스탄이 1억11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발전소 스캔들은 중앙아시아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 관계, 그리고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미국과 서방국가를 상대로 손을 잡는 경우가 잦지만 중앙아시아를 둘러싸고는 치열한 경쟁관계를 보이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에너지부 관료 출신인 라술 움베탈리예프는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 간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강점. 키르기스스탄은 구(舊) 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공화국인 까닭에 언어적·문화적인 부분이 러시아와 더 밀접하다. 움베탈리예프는 “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은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일하러 가거나 유학을 가는 등의 경우도 많아 더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2016년에는 러시아의 자금력 부족 탓에 러시아 기업이 짓기로 돼 있던 북부 지역 수력발전소 건설사업 협약이 파기된 사례도 있다.

반면 중국은 자금력을 앞세워 이 지역에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지역. 2013년 키르기스스탄을 찾은 시 주석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중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노후화된 비슈케크 발전소 재건을 위한 재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중국 자금은 키르기스스탄에 빠르게 침투해 들어왔다. 중국 수출입은행의 대(對) 키르기스스탄 차관 규모는 2008년 900만 달러에서 2017년 말 17억 달러까지 늘어난 상태.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금을 댄 키르기스스탄 인프라 사업 규모가 22억 달러로 키르기스스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돈줄을 쥔 중국의 갑질에 키르기스스탄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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