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웅진그룹에 ‘레드팀’이 있었다면

[기자의눈] 웅진그룹에 ‘레드팀’이 있었다면

기사승인 2019. 07. 10. 04: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_MG_8308_34
박지은 산업부 성장기업팀 기자
웅진그룹이 어렵게 되찾은 웅진코웨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충격적인 결과다. 제 몸집보다 큰 기업을 인수한 회사가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는 사례는 있지만, 인수한 기업을 석달만에 되파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웅진그룹엔 ‘레드팀’이 없었던 걸까? 레드팀은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에 보편화된 전략이다. 국내 기업에도 2016년 이후 도입되는 추세다. 레드팀은 주요 추진 사안에 반대 의견을 던진다. 반대의 근거도 찾아서 제시한다. 오너 혹은 회사 내 실세의 의견에 전체가 쏠리는 경향을 방지하는 작업이다. 레드팀으로 정해진 이들은 자신의 역할이기 때문에 입을 열 수 있다. 레드팀과 찬성팀을 나눠 주요 사항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곳도 있다. 이때 레드팀은 더욱 공격적으로 찬성팀의 논리를 반박해 보강해야 할 점을 찾는다.

시간을 돌이켜 본다면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인수는 추진 단계부터 제동을 걸 요인이 충분했다. 레드팀은 인수 자금의 90%를 빚으로 충당하고, 사정이 어려운 웅진에너지를 정상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부터 내려놓게 했을 것이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이미 영업손실 560억원, 당기순손실 1117억원을 기록한 회사였다. 적자기업을 사들여 체질개선 후 되파는 일도 불가능하진 않다. 문제는 웅진에너지의 사업분야가 기울대로 기운 태양광 분야였다는 점이다.

물론 웅진그룹이 2012년 극동건설발 위기를 성실히 극복해왔다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웅진그룹은 2014년 2월 1년4개월 만에 기업회생절차 종결에 성공했다. 이후 재무 상황이 탄탄한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했고, 지난해 6월 법정관리 채무의 98%를 조기 변제했다. 웅진코웨이 인수는 겨우 숨통이 트인 웅진그룹이 미래를 걸고 던졌던 승부수였던 셈이다. 이 승부수는 결국 불발로 끝났다. 기업도 위기를 딛고 성장한다. 웅진그룹 역시 이번 실패를 철저히 곱씹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