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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평화 협상 중에도 ‘민간인들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

아프간 평화 협상 중에도 ‘민간인들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

기사승인 2019. 07. 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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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민간인 사상자 집계가 시작된 2009년 이래 최대 규모다. 현재 미국과 탈레반,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은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평화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정작 아프가니스탄 내에서는 군사작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애꿏은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뉴욕타임스(NYT)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은 도하에서 민간인 희생자를 줄이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틀 간의 논의를 통해 양측은 9일 아침 ‘민간인 사망자를 줄이고 학교·병원 등 공공기관과 주거지역의 안전을 보장하자’는데 뜻을 함께 하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된 시각 아프가니스탄 동부 가즈니시의 정부 정보시설에 탈레반이 차량폭탄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인근 아프가니스탄 라흐마티 사립학교가 함께 공격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수업을 듣던 학생 1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아프가니스탄 라흐마티 사립학교의 헤크마툴라 자키 교장은 “학교 전체가 피범벅이 됐다”면서 “다친 학생들이 너무 많아 누구를 먼저 도와야 할지 결단을 내렸어야 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키 교장은 “제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전쟁에 어린이와 학교 만큼은 타깃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양측 대표단이 “민간인 사망자를 제로(0)로 줄이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직후인 9일 오전에도 아프가니스탄 중부 바르다크주의 한 병원을 정부군 특공대원들이 이른 아침에 급습, 병원 직원 4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히불라 샤리프자이 주지사 대변인은 병원 공격이 이 지역의 탈레반 최고위 당국자를 목표로 한 작전이었다며 그는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건은 아프가니스탄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병력이 민간인의 희생을 담보로 한 공격을 지속하는 한 협상 대표들의 약속은 공수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평화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인 사망자 줄이기’ 약속은 매일 매일의 전투 현장 속에서 언제나 시험에 들게 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군 등이 주도한 공격이 탈레반 등 반정부 세력의 공격보다 더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야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해로 3804명이 희생됐다. 이 가운데 927명이 어린이며, 가장 많은 어린이가 사망한 해로 기록되기도 했다.

탈레반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아바스 스타네크자이는 대부분의 민간인 사망자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미군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서 가즈니시 차량폭탄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문이 부서져 민간인이 경미한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다른 사망자는 정보부대의 일원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이미 시행중인 조치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 치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 협상 전략의 속성인 만큼 민간인 사망자를 제로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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